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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나간 놈보경이 집으로 간 후 학원에 나올 학생은 초등학생 1명, 중학생1명, 고등학생2명이 전부였다. 억대 연봉의 내가 3시부터 11시까지 8시간 동안 가르칠 학생이 4명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내가 해골에 총 맞았냐?...이 등신은 왜 이런 걸 하지? 이런다고 돈이 벌리나?..참 나...답답하네...]
더군다나 그 학생들도 빠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학원비도 잘 내지 않고 있었다. 나는 도저히 이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의 엄마와 통화해서 모두 나오지 말라고 전화를 했다. 투덜거리는 학부형들이 있었지만 학원에서 자르는 명분이 분명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학생들을 자르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한서방이었다면 자기 작업을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난 장태복이었다. 한서방의 몸과 의식을 내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모든 능력도 내가 사용할 수 있었지만 내가 그도 아니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문제였다. 이런 식으로 한서방의 몸 안에 갇혀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짜증이 밀려왔다. 보경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없으니까 더 보고 싶었다.
[휴!~ 쫄깃쫄깃한 보경이 보지나 빨았으면 좋겠네... 괜히 보냈다...오라고 할 까?]
“에이!~ 모르겠다, 나가자!~병신 같이 여기서 뭐 하냐, 장태복!~”
나는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이곳은 9층인데 엘리베이터 두 개 모두 지하5층과 지상8층에 있었다. 8층에 있는 것은 지금 내려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은 이게 짜증이 났다. 내가 우두커니 서있는데 영어학원에서 여자가 나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환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한서방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영어학원 정원장의 아내였고, 호칭은 차원장으로만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여자의 이름은 차지윤이었고, 한서방은 명함을 받았던 기억을 잊은 것이었다. 이 정도 미모의 여자라면 이름을 외우고 마누라랑 하면서 이 여자를 떠올렸을 텐데 한서방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차원장님, 어디 가시나봅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집에 좀 일이 생겨서요. 한원장님도 나가세요?”
“예. 답답해서 일탈을 좀 하려구요.”
내 말에 그녀가 피식, 웃었다.
“원장님이 그런 것도 하세요? 호호!...”
그녀와 잡담을 나누다보니 보험회사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는데 모두 한서방이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지 않아서 참 어색한 상황이었다. 6명이나 되다보니 내가 옆으로 조금 비키다가 그녀의 몸과 접촉을 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녀에 대한 모든 정보가 내게로 쏜살 같이 들어와 버렸다.
이름:차지윤
나이:45살
지금 이 여자는 집에 가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 남자는 지금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젊고 싱싱한 남자였다. 지윤은 지금 잘 생기고 능력 있는 변호사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어이구!~ 젊은 놈한테 완전히 빠져있구나!~ 뭐야? 남자 놈이 34살이면 나 랑 동갑이네...!...]
지윤은 운동을 통해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몸을 갖고 있었다. 키도 컸고 무엇보다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허벅지가 튼실했고 종아리도 미끈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얼굴까지 동안이니 한마디로 보경보다 나이 많고 키가 큰 베이글녀라고 할 수 있었다.
린넨 소재의 흰색 원피스는 앞, 뒤로 v자 형태로 제법 깊게 파여서 지윤의 쇄골과 함께 가슴골이 살짝 보였다. 그리고 어깨부터 팔이 모두 노출 되는 형태여서 지윤의 시원한 맨 팔과 함께 옷 사이로 겨드랑이와 젖가슴이 시작되는 부분이 살짝 보였다.
치마 길이도 무릎 위로 10센 치 정도 올라가 지윤의 위력적인 허벅지와 새끈한 종아리가 남자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또한 오픈 토 힐에서 보이는 그녀의 발가락엔 연한 푸른색의 패디큐어가 칠해져서 무척이나 시원함을 주고 있었다. 지윤은 자신의 온 몸으로 자신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정도의 여자라면 웬 만한 남자들은 말도 걸지 못 할 것 같았다.
[몸매 죽이네...햐!~ 정말 한번 쑤셔봤으면 좋겠네...! 아무튼 돈 많은 년들은 못 생겨도 섹시한데 이 아줌마는...후아!~ 니미 몸에다가 돈을 들이부으니!...]
그녀의 정보를 영상으로 보니 미칠 것 같은 흥분이 밀려왔다. 젊은 남자도 운동을 꾸준히 했는지 몸이 장난이 아니었다. 섹스도 그 정도면 잘 하는 편이었다. 반면 지윤의 남편 정원장은 체형이 한서방과 비슷해서 섹스를 잘 하지 못했고, 능력도 없는 남자였다.
알고 보니 영어학원도 지윤의 능력으로 일궈낸 것이었다. 사업하다 망한 정원장 때문에 지윤은 조그맣게 영어 학원을 했고, 1년 만에 원생을 50명으로 만들더니 그 후엔 지금처럼 엄청난 규모로 성장을 시켰다. 무능한 남편이었지만 원장으로 만들어주었다. 순전히 남의 이목과 아이들 때문이었지 남편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었다. 이 여자는 애들이 대학에 가면 이혼을 할 계획이었다.
지윤은 정원장을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루저로 여겼고, 그런 남자들에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지윤의 루저 목록엔 한서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까, 내 일탈 발언에 그런 표정을 지었었군!...망할 년!...]
남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자들이 바라는 남자는 무엇일까? 이런 여자 저런 남자, 이런 남자, 저런 여자들이 섞여서 살다보니 모두가 달랐고, 모두 다른 만큼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수많은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뭔 개소리냐? 이 여자는 지금 내 마누라처럼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갑자기 형민과 아내가 붙어먹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남의 여자와 붙어먹은 주제에 아내가 그런 것은 용서가 잘 되지가 않았다. 내가 잘 못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를 했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뭐하세요, 원장님?”
앞을 보니 모두들 엘리베이터에 탄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모르는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보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과 함께 탔을 때가 더 어색했다.
1층에서 나와 지윤을 뺀 모든 사람들이 내렸다. 그리고 나와 그녀는 지하 5층에서 함께 내렸다.
“그럼, 한원장님, 일탈 잘 하시고, 내일 봬요.”
지윤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자기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지윤의 뒤태는 정말 섹시했다. 그녀가 발을 내 딛을 때마다 위력적인 엉덩이가 실룩거렸고, 살짝 보이는 허벅지가 긴장이 됐다. 그리고 종아리가 팽창하면서 탱탱해졌고, 힐을 신은 그녀의 발의 아킬레스건은 더욱 도드라져서 당장이라도 물고 빨고 하고 싶게 만들었다.
나는 내 차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지윤은 이제 호텔로 가서 젊고 싱싱한 남자와 뼈와 살이 타는 섹스를 할 것이었다. 그녀가 변호사와 알몸으로 뒹구는 영상을 살펴보자 미칠 것 같은 흥분과 함께 아내와 형민이 떠올라 짜증이 치밀었다. 내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지윤이 차를 몰고 유유히 내 앞을 지나갔다.
“좋겠다, 씨발년...! 콱! 임신이나 해버려라!~”
내가 이상한 질투심에 빠져서 지윤에게 악담과 저주를 섞은 미사일을 날렸다. 이런 감정은 분명 아내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았다. 모든 여자와의 섹스를 염두에 둔 수놈 근성이 질투심으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띠리링!~ 띠리리링!~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한서방의 핸드폰 소리였다. 이 자는 전화벨소리도 끔찍하게 촌스러웠다.
“여보세요?”
<아주버님!~>
종민의 아내 현숙이었다. 무척이나 다급한 목소리였고 심하게 떨고 있었다.
<크, 큰일 났어요, 그 이가!...그 이가! 여보!~>
종민에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다행히 1층이어서 나는 금방 커피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종민이 바닥에 쓰러진 채로 몸을 뒤틀고 있었다. 현숙은 놀랐는지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가, 간질인가?]
나는 뛰어가 종민을 뒤에서 앞으로 해 안아주고 입 안을 살폈다. 다행히 입 안엔 음식물이 없었다. 종민의 몸은 경직된 채로 이따금씩 몸을 떨었다. 간질과 비슷했는데 내 지식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종민의 모든 정보가 내게로 파도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출생에서부터 성장해서 쌍용차 사태를 겪은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들이 내게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의 현재 느낌과 상태가 내게 그대로 전해져 들어왔다. 공포와 분노...종민이 느끼고 있는 공포와 분노의 크기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서방의 몸 안에 있는 뭔가가 종민의 몸으로 빠르게 이동을 했다. 이것은 이동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종민이 나를 끌고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었다.
내 시야에 사색이 되어있는 현숙이 보였다. 그리고 위를 보니 나를 안고 있는 한서방의 얼굴도 보였는데, 그가 어지러운지 약간 머리를 움직이며 정신을 차렸다.
[뭐, 뭐야? 종민이 형 몸으로 들어왔나?...]
종민은 몸이 불편해서 그런지 그의 몸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내가 그의 몸에 적응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갑자기 딸랑 소리와 함께 구급대원들이 들이닥쳤다.
“이상하네?...거참...”
의사가 종민을 살피며 그렇게 말했다. 종민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의사는 그의 동창이었고, 현재 지역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현숙은 걱정스런 얼굴로 의사를 보면서도 내 손을, 아니 종민의 손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지배하고 있으니 내 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손을 꼭 쥐고는 약간 떨고 있었다. 이제는 종민의 몸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종민도 한서방과 자기 몸을 내게 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수씨, 걱정하실 것 없겠어요. 전보다 훨씬 몸이 건강해져 있네요. 근육량도 많아지고...이 자식 무슨 운동을 하길래 이래요? 하하하!~”
의사의 말에 현숙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와 의사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손을 움직이며 웃어주었다.
퇴원을 하는데 현숙은 아직도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원래 내 몸이라도 되는 것처럼 국민체조를 시작했다. 현숙이 나를 보다가 약간 안심을 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네...이 양반한테는 어떻게 들어 온 거야?...]
정말 난감했다. 이젠 종민의 몸 안에 갇히고 말았다. 현숙은 밖으로 나오자 내게 안기며 눈물을 흘렸다.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현숙의 모든 정보가 또 내게로 흘러들어왔다.
불쌍하고 착한여자였다. 그리고 진심으로 종민을 사랑하고 있는 여자로 한번도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쌍용차 사태로 종민이 모든 것에서 전보다 부실했지만 그래도 남편으로, 가장으로 대접하고 떠받들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4년이 넘게 섹스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민이 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종민은 형민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187센 치나 되는 거구였다. 내가 대학생 때 만났을 때는 글래디에이터의 전사 같은 몸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매일 밤 꾸는 악몽과 부상 후유증으로 몸에 근육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섹스를 할 수 없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아직도 국가에서는 종민을 감시하고 있었고, 조금만 쌍용차 사태에 대한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경우 국가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소송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뭔 놈의 나라가 이 지랄이냐...국민을 상대로...참 나...깡패가 따로 없네 니미 개새끼덜!...]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종민의 의식을 돌아보니 지금 그는 안도를 하고 있었다. 표현은 안했지만 종민도 죽을 맛이었다. 자신의 몸이 좋지를 않아서 커피가게 일도 아내가 도맡아 했기 때문이었다. 15년이 넘게 기술자로 성실하게 산 종민이었다. 책임감과 성실함이 몸에 밴 그에게 지난 3년은 매일이 자살과 살자 사이에서의 갈림길이었다. 어쩌면 오늘 종민은 스스로가 나를 끌어들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 여보.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이젠 내가 더 열심히 살 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미안하다...!”
“아니야, 내가 뭘...당신이 고생했지...이젠 정말 괜찮은 거야?”
현숙이 나를, 아니 정확히는 종민을 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그의 몸에 주인이니 나라고 할 수 있었다. 현숙이 나를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리고 뱅글 뱅글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내 목을 감은 채 비명을 질렀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는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종민은 회사에서 해고당하기 전까지는 현숙이 힘들어 할 때마다 이렇게 안아들고 공주님 대접을 해줬었다. 현숙은 지금 그때 생각을 하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남편이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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