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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오늘도 시끄럽구나
언제나처럼 똑같이 어수선한 점심시간이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점심을 사먹으러 매점으로 갔던 아이들까지 돌아오면서 난잡함이 더 증가되기 시작했다
오늘도 난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곁의 내 자리에 조용히 엎드려 앉아서 조용히 명상에 잠긴다
"얘 또 이러고 앉아있어 야 좀 일어나봐"
혜영이가 나의 심오한 명상의 세계를 방해한다
"아무리 수능 끝난 학생이지만 너무 열의없이 사는거 아니야? 수능 끝났다고 인생 다 끝난거니?"
아까 끝난 수업에 선생님 말을 고대로 말투까지 따라하면서 되풀이하는 혜영이었다
흥 너야말로 인생 다 끝난 애처럼 놀기만하면서...
혼내주고 싶었지만 혜영이의 의미없는 장난에 진심으로 대꾸할만큼 센스없는 나도 아니었다
나혜영으로 말할꺼 같으면 우리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퀸카이다
일단 키부터 173이라는 먹어주는 키를 타고났다
참고로 키가 크면 얼굴이라도 못생겨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주먹만한 얼굴에 갖출것은 다 갖춘 빼어난 미인상이다
도대체 그러면 가슴이라도 절벽이여야지 이건 뭐...
더 이상 말도 하기 싫다
혜영이에 비하면 나 권혜연은 미칠꺼같이 평범하다
아니 혜영이에 비교하면 그냥 못난이이다
적당한 키에 항상 어딘가 토라져있는 듯이 보이는 새침때기 같은 외모 그리고 매력없는 이 납작한 가슴...
아 정말이지 이 세상에 신은 없는듯하다
아니면 신이 나에게 줘야될 몇가지를 잘못해서 혜영이에게 몽땅 줘버렸을지도ㅡㅡ
어쨌든 이런 기집애가 뭐 좋다고 항상 내 옆에 붙어서 나를 따라다니면서 챙기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나와 그녀 사이에 비슷한 것이라고는 이름뿐이 아닐까
하긴 이놈의 이름때문에 어릴때부터 이것이 나를 따라다니면서 친한척했지
아 비슷한건 또하나 있긴하다
그놈의 성적...
혜영이 이것은 항상 놀고 있는거같긴한데 성적은 그럭저럭 우수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노력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거라곤 공부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시험기간엔 죽으라고 노력했다
오히려 시험기간에 희희낙낙인 혜영을 곁에두고 죽으라고 공부하는건 정말 죽음이었다
하지만 시험 성적은 별반 차이없긴했지만...
내가 1~2점 앞서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했다
요번 수능도 다름이 없었다
고3 1년 내내 죽으라고 공부한 내가 어찌 남친도 사귀고 놀만큼 논 요것이랑 점수가 같아야 하는지 으이그
아무튼 내가 유일하게 따라잡을수 있다고 생각한 그놈의 성적 때문에 앞으로의 몇년도 혜영이랑 붙어다녀야 할지 모르겠다
비슷한 내신에 비슷한 수능점수
게다가 울엄마와 혜영이 엄마가 친하기 때문에 둘이서 의논해서 모두 같은 대학에 지원하기로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아 니가 혜영이랑 같은 대학갈수 있는것도 감지덕지지"
아직도 엄마의 잔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니 어떻게 자기 딸을 이렇게 평가절하할수가 있냐고요 딴건 몰라도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고요~
뭐 아무튼 이렇게 말하고 보니 마치 내가 혜영이를 싫어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다니는것처럼 들리겠지만
미워할래도 미워할수 없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인건 확실하다
어릴때는 몰랐지만 커갈수록 약간의 질투와 컴플렉스를 느끼는건 사실이지만 ㅎㅎㅎ
"빨리 너도 졸업 여행이나 생각해봐 우리 5공주클럽에 마지막 고교 생활을 장식할 하이라이트인데"
무슨 폭력 써클도 아니고 지맘대로 5공주는 얼어죽을...
백설공주와 네명의 난장이겠지 흥흥
둘러보니 어느새 소정이와 세리, 지영이도 함께 모여있었다
나의 OO여고 생활을 함께해준 4명의 친구들
그리고 이제 각자 헤어질 운명인 우리를 위해 졸업 여행을 다섯이서 멋지게 떠나보자는게 혜영이의 주장이었다
"아씨 몰라 귀찬아 겨울이라 추워죽겠는데 무슨 여행이야 방안에서 잠이나 자"
물론 나도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대충 해본다
어짜피 이런거야 계획은 활달한 혜영이와 세리가 세우게 되어있다
그러면 지영이는 이런거에 빠지는 법이 없었고 소정이는 우물쭈물하다 참가하겠지
우리중에 가장 여자답고 참하게 생긴 소정이는 항상 생각해보니 그런식이었다
혜영이가 주모한 모든 나쁜짓 바보같은 짓에도 망설이고 반대하다가도 막상 하고보면 소정이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뭐야 너 그럼 빼고 우리만 간다?"
세리가 내 마음을 뻔히 알고있다는듯이 허세를 피우며 나를 떠본다
"알았어 알았어 계획이나 다 짜고 연락해"
마지못해 알았다고 하는 나다 여기서 더 튕겨봤자 세리와 혜영이의 잔소리만 더 들을게 뻔하다
"좋아 그럼 세리랑 내가 계획 짤게
지영이는 간다그랬고 소정이는 어떻게할꺼야?"
"난 아직 몰라....부모님 허락도 받아야 되고...."
"당연히 보내주겠지 이제 고등학생도 아니고 말야~ 아무튼 다섯명 다가는거다"
세리 요것은 뭔 목소리가 이렇게 큰지 참.. 생긴것도 남자같이 생겨가지곤..
하긴 그게 세리의 매력포인트이긴 하지만..여자들 사이에서 ㅋㅋ
아무튼 5명이서 수다떨며 나의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은 고등학교 생활이 끝나가고 있었다
"으이그 이것아 방학이라고 집에만 죽치고있지말고 좀 나가놀아"
"엄마두 참 인제 곧 학교가면 못만날텐데 집에좀있으면 안돼?"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마지못해 대충 차려입고 집밖으로 나온다
딱히 겨울 방학이라해도 하고 싶은게 있는것도 아니고 대학을 가기전에 푹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집에만있으려니 어마마마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거리를 나서니 추위가 나를 엄습해왔다
한겨울은 지났지만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한산한 거리에서 나는 핸드폰을 꺼내 통화목록을 뒤적여본다
역시나 혜영이가 제일먼저 내 눈에 들어온다
"여보세요"
"어 혜자구나 ㅎㅎㅎ 왜?"
이름보다 친숙한 내 별명 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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