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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출의 미학




      공원에 오면 희뿌연 하늘에서 조금은 해방되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스모그가 심해지는 요즈음, 품 안에 목캔디 하나 정도 않 넣어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요즈음의 대기 오염은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하늘은 내려 누를 듯이 찌푸려 있는데 시청 앞의 대기 오염 지수는 언제나 기준치 이하를 맴돈다. 이제는 그 숫자를 믿지도 않을 뿐더러 방송에서 밝혔듯이 오염도를 측정하는 장소가 차량 매연이 심각한 도심지 와는 거리가 먼, 공기 맑은 개활지라는 사실에 서울시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편법 행정에 치가 떨리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그 전광판에서 비록 공기가 개차반으로 더럽다고 할지라도 시각적인 안심을 하면서 그 숫자를 그대로 믿어 버리는 바보 스런 행태도 이어져 오니 할 말은 없다. 만일 그 측정 장소가 시청 앞 한 복판 이었다면 아마도 이 정부가 살아남을 방도를 찾는데 무진장 고초를 겪어야만 했을 것이다. 저런 공기를 들이 마시고 살아야 하는 일반 시민들의 격분과 원성으로 인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에…그나마 공원에서는 그런 복잡하고 짜증나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되고, 그 안에서는 이런 곳도 있었네 하는 스스로의 만족감으로 그래도 세상은 이래서 살 맛이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공원에 가면 벤치에 앉아서 책을 자주 읽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조깅을 한다거나, 거니는 사람들 보다 장시간 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게 되다 보니 지나 다니는 사람들의 구경을 본의 아니게 많이 하게 된다. 게다가 구섞진 곳을 찾는 연인들의 어설픈 두리번 거림도 눈에 들어오고, 한 곳을 이유도 없이 여러 번 왕복하는 괴상한 사람도 여럿 볼 수가 있었다. 그 날은 햇빛이 화창한 오후 였지만 평일이라서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질 않았다.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줄을 서서 삐약 대는 병아리들 마냥 줄지어 걸어가는 유치원생 들이나 결혼식 야외 촬영을 하러 오는 몇 안되는 신랑신부와 사진사들 만이 눈에 띨 뿐 조용하기만 했다. 나는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의 벤치가 불편하고 엉덩이가 배겨 오는 통에 잠시 책에서 눈을 떼고 있었다. 한시간 정도 있으면 학교로 돌아갈 시간 이었기에 나는 마음이 조금 부산해 지고 있었다.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강의해 오신 내용 중에서 새로이 시도하신 다는 실험주제에 대하여 석사과정의 조교들을 대상으로 내부토론이 있기로 되어 있어 나는 관련 서적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저 멀리 에서 40을 갓 넘긴 듯한 남녀가 걸어 오고 있었다. 부부처럼 보였고, 늘씬한 여자의 모습은 멀리서 봐도 출중한 외모가 시선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약간은 쌀쌀한 날씨 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짧은 치마에 더하여 스타킹도 신지 않은 것이 눈에 거슬렸다. 하얀 다리는 넓적다리에서부터 모나지 않은 무릎 전체에서 유부녀 임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대로 보통의 복장이었고, 멀리서 부터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고 있는 반면에, 남자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두리번 거리는 것이 조금 특색이 있었다. 내가 책을 읽는 벤치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산책로에서 조금 떨어진 공중 화장실 근처다. 사람들은 어째서 냄새가 등천하는 공중 화장실 근처를 택했느냐고 하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풍경 좋은 장소 보다는 집 안처럼 빨리 볼 일을 보고 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는 그 자리가 나에게는 더 편할 뿐더러 그 동안 읽고 있던 내용상의 맥을 끊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평일은 몰라도 휴일에는 사람들이 줄나래비를 서고, 복잡하기에 책을 읽는 다기 보다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의 웃지 못할 얼굴 표정을 즐긴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다. 나는 내 앞을 스쳐 지나치는 그 남녀를 예사로 생각하고 책으로 눈을 다시 돌렸다. 그 남녀는 어디로 갈지 방향을 틀지 못하다가 곧바로 공중 화장실로 향해 갔다. 누군가 볼 일이 급한가 보다. 여자가 들어가고, 얼마 있질 않아서 여자가 다시 나왔다. 오줌을 누고 나왔다고 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의 공중 화장실은 관리에 철저한 신경을 쓰기 때문에 휴지는 잘 떨어질 수는 있어도 똥이나 오물이 가득 차 있어서 들어갔다가 못 볼 것을 보고 나왔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튀어 나오는 사례를 보질 못했기 때문에 예상 보다 이르게 화장실에서 나온 그 여자의 행동은 나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나는 책을 읽는 척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 남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는데 멀리서 보니 사진기가 분명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계속해서 사방을 경계하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거리가 있어서 무엇을 지시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여자에게 무언가 말을 하면서 주위를 살피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내 별다른 특이한 포우즈 없이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괜한 의심을 했다 싶었다. 그 때 였다. 주변에 정말 둘러 보았더라도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찰나의 순간에 나무에 기대고 서서 포즈를 잡아 주고 있는 여자가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렸다. 나는 멀리서도 그 여자의 보지털이 확연히 눈에 들어 왔고,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 도저히 고개를 치켜들 수 없었는데, 사진을 찍기 무섭게 여자는 치마를 내리고 남자는 다시 사주경계에 돌입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고개를 떨구고 책만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의 나는 그들의 경계 대상에서 벗어났는지 나에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공중 화장실의 뒤 쪽으로 돌아가면서도 나는 그들의 돌출적인 행동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아! 저렇게 야외에서 노출 사진을 찍는 구나 라고만 생각이 들었고, 그 커플은 공중 화장실 뒤에서 몇 컷을 더 찍었는지 곧 이어 화장실의 정면으로 돌아 나오더니 아까처럼 여자가 화장실로 들어가고 얼마 되질 않아서 여자가 다시 나왔다. 내 생각에는 남들의 시선도 있고, 그 짧은 스커트의 형태로 보아 사진을 찍기 위해 팬티를 벗었다가 다시 입고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나 나름대의 추측만이 가능했다. 내 앞을 지나치면서 공원의 입구 쪽으로 걸어 나가는 그 커플의 뒤를 보면서 정말 세상 참 많이 바뀌었네라는 생각을 했다. 여자는 정숙하기 이를데 없이 다소곳한 모습이었는데 어디서 저런 용기가 샘솟아 이런 공공장소에서 과감하게 노출을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노출 사진을 게재하는 소수의 매니아 들을 보아 왔지만 모두 저렇게 어려움을 무릎 쓰고서 무슨 이유로 노출 사진을 찍어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커플이 사라지고 한참을 지나도 나에게는 책의 내용과 함께 숙제로 남아있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는 오전에 시험감독을 하고 조교실로 답안지를 들고 들어 온 미선이와 마주 쳤다.




      ‘시험 감독 하느라 힘들었지?’




      ‘왜들 공부들을 그렇게 않 하는지 모르겠어. 책상이고 벽이고 나오지도 않을 것 같은 답들은 어찌 그리도 빽빽히 써 놓았는지… 쯧쯧… 족보를 날려 주면 뭐하나? 보는 놈들은 따로 있는데…’




      항상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는 미선이의 입장 으로서는 그 손쉽게 보이는 학부과정 시험도 컨닝 으로 떼워야 하는 애들이 끝내 못마땅한 모양 이었다.




      ‘왜, 우리도 그랬지, 심리학 개론 강의 하시던 유교수 님 알지?’




      ‘하하하, 그러니까 생각난다. 바꿔 교수님 말이지?’




      신입생 시절, 컨닝 예방 차원에서 시험 감독을 들어 오는 조교 들을 시켜 앉아 있던 자리를 무조건 뒤죽박죽 바꿔 놓게 했던 그 교수님의 독특한 방식은 지금도 선후배 간에 여유만 있으면 입으로 돌고 도는 야사중의 하나였다. 게다가 더더욱 웃겼던 것은 그 당시 같이 수업을 듣던 과 친구 중에 하나가 그 와중에도 몇 번을 책상을 들고 자리를 옮기다가 덜미를 잡혀 독방에서 시험을 치뤄야 했던 해프닝도 있었기에 우리는 기억도 새롭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준석아, 오늘 교수님이 하신다는 토론은 뭐야? 난 관련 서적을 읽다가 하도 읽을 게 마땅칠 않아서 그냥 왔는데…’




      ‘응, 그거 있잖아? Exhibitionism(노출증) 말이야. 오늘 그걸로 무슨 팀을 짠다고 하시더라구.’




      ‘신교수님은 정말 이상한 주제만 집어내신 다니깐. 나 같은 여자가 수업 듣기에 민망한 것만 골라서…’




      딴은 그랬다. 심리학 지도교수로써 우리에게 석사 과정을 가르치고 계시는 신 교수님은 주제가 터넣고 내 놓기에 조금 껄끄러운 것을 고르시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항상 교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심리학 이라는 분야는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을 뿐더러 이론으로 정립된 것 보다 실험을 통해 윤곽을 파악하는 것이 더 빠른 경우도 많습니다. 한 예로, FBI가 처음으로 주창한 프로 파일러의 예가 그렇습니다.’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범죄심리학 전문가 들로 구성된 프로 파일러 라는 직분은 이제 연쇄살인범의 검거에 없어서는 안 될 강력한 무기로 등장한 것은 주지의 사실 이었다. 초기 구성 당시에는 베테랑 형사들을 대상으로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기 위한 특수 교육을 시키던 것이 이제는 전문적으로 범죄심리학이나 행동심리학을 전공한 자들을 뽑아 연쇄살인범의 검거에 사용할 전문인력으로 양성 시키는 FBI의 체제는 전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쥬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가 열연한 명작, 양들의 침묵에서 보아 온 것처럼 연쇄살인범의 특수한 심리 체계를 꿰뚫어, 검거 되기도 전에 범인의 인상 착의 및 직업, 살해동기, 성장과정, 살해수법 등을 꿰차고 수사망을 좁혀가는 것을 보고 혀를 내 둘렀었는데 그 영화에 나오는 쥬디 포스터를 발탁한 부서가 바로 프로 파일러 였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신교수님의 실험주제는 다분히 파격적이고, 현대의 모럴에 반하는 소재들이 많기에 그런 불평이 나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그렇지만 무테 안경 너머로 우리를 바라다 보시는 신교수님은 언제나 무표정하고 웃음이 없었다. 간혹 가다 미소를 지으실 때도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 때문에 신교수님의 별명을 썩소라고 불렀었다. 이름하야 썩은 미소. 본인도 그 별명을 알고는 계시는지 언젠가 사석에서 자기를 무어라고 부르는지 알고는 있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수업이 시작되면서 교수님께서는 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교재나 책도 들고 들어오질 않으셨다.




      ‘오늘은 지난 번까지 강의 했었던 Exhibitionism에 대한 실험을 위한 조 편성을 하고, 몇 가지를 말할까 합니다. 이번 실험은 이제 까지와 다르게 제가 직접 인터넷을 통해서 선별한 실제 일반인 들이 패널로 참석합니다. 여러 분들은 그 분들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정보에는 접근 해서도 않 되고, 질문 속에서도 포함 시켜서는 않 됩니다. 각 팀들에게는 제가 사전에 설정된 주제를 오늘 나눠 줄 것이고, 여러분들은 이틀 후에 패널들에게 주어질 Q&A 시나리오를 작성해서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반인 들이 실험과 대담에 참석하는 관계로 장소는 제가 따로 섭외를 해 두었으니 오늘 나누어 주는 주제 뒷 장에 게시된 주소를 숙지하고, 실험 당일 날 까지 잊지 말고 참석할 수 있도록 부탁 드립니다. 여기 모인 분들 중에 이것의 사용법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지요?’




      하면서 주머니 에서 꺼내신 것은 소형 녹음기 였다. 그 크기로 봐서 디지털 녹음기로 보였다. 어떤 것은 12시간까지 녹음되는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교수님의 것은 최신형으로 보였다.




      ‘반드시 리포트와 대담에 사용되었던 녹음 테잎을 제출하는 것을 잊으시면 않됩니다. 어떤 종류라도 상관 없습니다. 녹음만 되면…그러나, 제가 들을 수 있어야 하니 카세트 테잎 이나 윈도우 미디어 파일로 전환해서 CD로 구워와도 상관없습니다. 녹화는 일반인들의 프라이버시도 있고 해서 준비 과정에서 빼 버렸습니다. 그리고, 녹음과 대담 전에 여러분들은 패널들의 이름 대신에 그들의 신분적인 보장을 위해서 ABC혹은 가나다 같은 명칭으로 바꾸어 호명해 주십시오. 이상 입니다. 실험일짜는 ……..’




      교수님은 세부사항을 칠판에 적어 나가 시면서 준비해 오신 주제 설명서와 실험 장소의 약도를 그린 종이를 함께 나누어 주셨다. 그 종이에는 각 팀으로 소속된 구분이 되어 있어서 팀을 우리가 가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해 놓으신 것이 눈에 띄었다. 여학생들은 모두 한 팀으로 묶여 있었고, 주제도 내 것과는 조금 달랐다. 여자들에게는 성장 과정상의 특이점 파악 이라는 주제가 설정되어 있어 전체적인 코어(핵심)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험 장소는 시내의 특급 호텔이었고, 각 팀마다 방이 따로 되어 있고, 패널들이 방을 옮겨 다니면서 실험을 받는 코스로 짜여져 있는 것이 특색이었다. 아마도 일반인들이어서 학교의 시설을 이용한다든가 하는 것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교수님의 판단 때문 인 것 같았고…




      ‘마지막으로 당부드릴 것은 실험 당일 날, 남녀 공히 모두 정장차림으로 나와 주어야 합니다. 이상.’




      우리는 수업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지만 앞으로 있을 실험에 대한 Q&A 시나리오를 이틀 안에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저마다 투덜 대면서 강의실을 나왔다. 나는 강의실을 나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팀이 누구냐며, 팀 번호를 불러 주었는데 아무도 나와 같은 팀원이 없었다.




      ‘야! 준석이, 너 대박 났다. 분명히 너 썩소랑 같이 들어가나 보다. 저번에 Incest(근친상간) 브레인 스토밍 때, 미선이가 교수님이랑 한조 되어서 뺑 돌아가실 뻔 했던 것 기억 나지? 그 때도 미선이가 팀원이 없었 잖냐? 아이구 어쩌나? 로또 당첨이네 그랴!’




      모두들 내가 똥 밟았다 라는 표정으로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갖고 있는 주제 설명서에는 내 팀이 실험의 가장 마지막 단계였고, 아이들 말대로 썩소가 나와 같이 패널들과의 실험을 하게 되는 것이 분명했다. 으이그….아니나 다를까, Q&A 시나리오를 이메일로 제출하고 얼마 있질 않아서 교수님께서 나를 따로 부르셨다.




      ‘준석이는 나랑 한 조니까, 구지 녹음 준비 해올 거 없다. 내가 알아서 가져가지. 그리고, Q&A는 잘 봤다. 훌륭하던데? 그 날 잊지 말고 정시에, 알았지?’




      올게 왔구나 싶었다. 나는 축제 때나 입었던 양복을 성가시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쳐 입고는 호텔로 향했다. 벌써부터 다른 팀들의 방에서는 패널들과의 대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맨 첫 팀은 여학생 팀이었다. 개인의 사사로운 정보에 접근 해서는 안 된다는 제약으로 인해 성장과정 상의 특이 점을 파악하는 데에는 핵심을 피해 가면서도 어렵고 솜씨 있는 질문 기법이 요구 되었지만, 일반인들이 환자나 특이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맹송 맹송한 정신에 성장과정을 되짚어 본다는 가정은 애초부터 그물에 구멍을 뚫어 놓고 투망을 하는 것처럼 질문이 속사포처럼 이어졌어도 건진 것은 별로 없었다고 미선이가 불평을 늘어 놓았다. 3시간에 걸쳐서 다섯 팀의 대담이 마무리 되고, 질문이 끝난 팀들이 속속 자리를 뜨면서도 나는 가장 마지막 순서였기에 주리를 틀면서 자리를 지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호텔 안에는 썩소와 나 그리고 다섯 명의 패널들 만이 자리하게 되었다. 패널들은 각 팀마다 녹음에 따른 구분을 하기 위해 팀을 교체 할 때 마다 불러지는 호칭이 틀렸다. 나는 패널들을 빨주노초파로 구분해서 부르기로 했다. 이윽고 방문이 열리면서 교수님과 내가 앉아있는 방안에 다섯 명의 패널이 들어섰다. 호텔측에서 마련한 길다란 탁자와 의자에 일렬로 앉아나가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나는 그들 앞에 음료수를 하나씩 내려 놓았고, 교수님께서는 녹음기를 탁자 중앙에 위치하고는 스위치를 누르셨다.




      ‘이제까지 수고들 하셨습니다. 자, 이거 ….받으시고요, 봉투에는 제가 사례금을 넣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 신 것에 대한 저의 성의 입니다. 이 돈은 저의 연구 비용에서 지불되는 것이므로 영수증이 필요하신 분들은 말씀 하십시오. 아시겠지만 별로 형편이 여의치 못해서 마음 같아서는 사례를 듬뿍 해드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그렇지는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자 이제 시작하죠, 우리가 어떻게 부르기로 했지?’




      ‘네, 이번에는 패널들을 빨주노초파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앉아 계신 왼쪽부터 빨주…’




      나는 남자 한명, 여자 네명의 패널들에게 잠시나마 자신의 호칭이 될 색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편의 상, 색깔명 뒤에 님자를 붙이기로 한다고 알려 주었다.




      ‘이제 마지막 주제 토론 입니다. 힘드신 줄은 알지만 그래도 힘 내셔서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부탁 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노출 동기와 노출당시, 그리고 노출후의 심리상태에 대한 의견 개진과 아울러 경험담을 알려 주시면 됩니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교수님을 쳐다 보았다. 내가 제출한 주제는 노출에 대한 평소 생각과 느낌에 대한 개인 의견 고찰인데, 언간 새 교수님 임의 대로 주제를 바꾸어 놓으신 거였다. 그러자, 내 눈빛의 느낌을 알아 차리셨는지 교수님께서 나에게 부연 설명을 하셨다.




      ‘괜찮아, 내가 임의로 바꾸었어. 너무 주제가 어렵고 겉도는 것 같아서 말이지. 조금 현실적이고 실감나는 설정으로 바꾼 거야.’




      그러나, 더우기 놀라운 것은 바뀌어진 주제에 대하여 패널들이 동요하질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말은 여기에 참석한 패널들 모두 노출에 대한 욕구를 느끼고 있거나 노출을 실행해 본 사람들이라는 얘기인데…나는 다시 한번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 그럼, 누가 먼저 말씀하실까요? 노출동기에 대해서 말이지요. 네, 노 님이 먼저…’




      그 중에서 가장 젊어 보이는 여자인 노 님이 테이프를 끊었다.




      ‘저의 노출 동기는 한마디로 부추킴 이었지요. 남편은 연애 시절부터 나의 몸매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벗고 있을 때는 더욱 심했구요. 그 칭찬에 나 스스로 제풀에 익숙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 였으니까요. 사실 학교 때도 한몸매 한다는 소리를 들어오던 터라 남편의 그러한 부추킴은 스스럼 없이 저를 열어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섯팀의 질문 공세에 이제는 패널들이 대답을 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숙달이 되었는지 담담하면서도 간결하게 요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맨 끝에 앉아있는 파 님이 연이어 이어갔다.




      ‘저도 그러고 보니 노 님과 마찬가지 이네요. 남편은 부부 관계 중에 언제나 제 몸매에 대한 칭찬을 끓어 엎어지게 했었던 걸 보면요. 그래서 그런지 저 스스로 남편에게 제 알몸이나 속 내의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평소에 아이들이 없을 때는 남편이 TV를 보고 있는 앞을 지나가다가 뒤로 돌아서서 치마와 팬티를 까 내리고, 엉덩이를 노출시키던 일도 생각이 나네요. 맨 처음에는 그런 행동을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수치스럽고 저질 스럽게 느껴졌었는데, 남편의 호들갑 떨며 환호하던 모습으로 인해 자꾸만 나도 그 행위에 집착하게 되더라구요.’




      정말 대단한 여자들 이었다.




      ‘저도 그랬죠. 게다가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남편은 야한 속옷들을 자주 선물 했었어요. 맨 처음에는 두렵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내의를 입고 섹스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나중에는 섹스를 위해서 그런 옷들을 내 스스로 고르는 상태까지 되어 가더라니깐요.’




      조용한 모습의 초 님의 응수였다. 그녀는 이어서 말을 했다.




      ‘속내의에서 시작한 남편의 선물공세는 급기야 외출복에 이르더군요. 바지는 사주는 적이 없고, 절대로 입지도 못하게 하고, 언제나 치마, 그것도 몸에 짝 달라붙는 타이트 치마만을 고집했지요, 주름 스커트나 에이 라인 같은 것은 아예 남을 줘 버렸어요. 게다가 치마는 언제나 위로 심하게 타진 스타일만 입게 했어요. 무슨 그리 부부 동반자리가 많은지 언제나 그런 치마를 입고 가게 해서 잘 걷지도 못하게 하고, 다리도 마음 편히 놓을 수 없게 만들 었는데, 언젠가 부터는 남편이 골라주질 않더라도 제 스스로 그런 스타일로 옷을 입게 되는 것을 알았죠.’




      교수님께서는 부연 설명이나 이유를 말씀하지도 않으시고 고개만을 끄덕이시면서 온전히 패널들의 진솔한 고백을 경청하고만 계셨다. 사실 리포트를 심각하게 머리 굴려가며 쓸 필요도 없을 정도로 패널들의 경험담은 실제적이고, 적나라 했다.




      ‘그러셨군요. 우리 남편도 그랬는데…어쩜 짜고 한 것 같네요. 우리 남편은 특히나 브레지어를 못하게 했어요. 젖이 늘어질 수도 있다고 불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절대 못하게 했어요. 그리고, 상의는 언제나 얇은 블라우스나 니트, 나시 같은 것만 입게 해놓고는 옷 밖으로 도드라진 젖꼭지 칭찬에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죠. 제가 남보다 젖이 좀 커서 얇은 옷을 입으면 이렇게 젖꼭지부터 시작해서 온 젖의 형태가 다 드러나는 데도 말이지요.’




      그러면서 초 님이 자신의 젖을 손으로 쥐어 보이면서 황망하게 설명했다. 안 볼 수도 없고…




      ‘빨 님은 어떠세요? 유일한 남성 분으로 참석하셨는데…’




      ‘저는 좀 특이한 케이스라, 외아들로 자란 저는 한참 크고도 어머님과 같이 목욕을 했습니다. 모친께서는 언제나 자라나는 제 성기를 손으로 닦아 주시면서 우리 새끼, 물건 커져가는 것 좀 보소 하시면서 저를 어루만지셨지요. 아마도 그 당시 은연중에 오랜 세월동안 들어왔던 제 성기에 대한 자신감이 노출의 동기가 된 것 같아요. 연애 시절에 아내와 같이 카페에 들어가서 불현듯 발기된 성기를 꺼내서 보여주었던 그 짜릿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시시 때때로 노출하고픈 욕구에 휩싸이지요.’




      그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이 탁자를 내려다 보고 있던 주 님에게 교수님이 답변을 요구했다.




      ‘저는 남편의 강압이 동기 였지요. 남편은 아주 섹스를 좋아하고, 또 저를 아주 흥분 시키고, 꺼뻑 넘어가게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섹스를 않 하는 것이었어요. 나는 요구하기에도 너무 불순한 것 같고 해서 말을 않 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저에게 자신의 요구를 들어 주질 않으면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맨 처음에는 그래 알아서 잘 해보라고 내버려 두었는데 안 되겠습디다. 그래서, 마지 못해 그 요구에 응해 주었지요.’




      ‘어떤 요구 였지요?’




      교수님이 질문을 되물었다.




      ‘그건 공공장소 에서의 사진 촬영 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극장 안,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아파트 계단, 평일의 공원등에서 번개 같이 속내의를 입지 않은 포우즈로 사진을 찍는 것이었지요. 남편은 그런 날이면 찍은 사진을 방안의 컴퓨터 화면에 연속으로 돌려 보면서 진저리 치도록 섹스를 해 주었습니다. 저도 알게 모르게 남편의 그 폭발적인 섹스에 매료 되어서 순순히 그 요구에 따라 주었구요.’




      나는 그제서야 주 님의 얼굴을 어디에선가 본 듯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여자는 분명코 그 날, 공원의 화장실 근처에서 목격한 노출사진을 찍었던 그 여자 였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좁은 세상이었다.




      ‘자, 그럼 동기는 어느 정도 들었구요, 어떤 노출들을 경험하셨는지요? 우선 초 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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