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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게 다 니가 만든 거야??>


      눈 앞의 밥상이 믿겨지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선생님의 입은 와하고 벌어져서 좀처럼 다물어 질줄 몰랐다. 뭘...이정도 가지고 놀라시나.. 아직 내 실력의 반도 안보였는데..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차린 게 없긴..이렇게 많은데..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닭도리탕까지...선생님 지금 너무 행복하다..>


      두손까지 맞잡으며 선생님이 온몸 가득 기쁨을 표현해온다. 그 귀여운 모습에 오히려 내 마음이 더 행복해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선생님이 상상초월의 귀여운 미인이기 때문일 거다. 이쁜여자가 나 때문에 좋아하는데 당연히 기분이 좋지..크크


      <밥도 많으니까 더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하시고요..>

      <응..그럼 잘 먹겠습니다~!!>


      오냐~~잘 먹어라..


      정말로 맛있었는지 선생님은 연신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맛난 듯이 먹어댔다. 귀여웠다. 저 애기 같은 조그마한 입에 들어가는 밥도 닭고기 한점 한점 뜯으며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웃으며 말하는 모습도 하나하나 안 귀여운 구석이 없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나 역시도 맛있게 음식을 먹어갔다.


      <응?? 그러고 보니 너두 젓가락질 엑스자로 하네??>

      <아....이거요..옛날부터 이랬어요..저번에 한번 제대로 해볼까 하고 고쳐보려고 해봤는데 안되서 그냥 하던데로 하는건데..이상해요??>

      <아니..그런건 아니고..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젓가락질을 그렇게 했거든..내가 밥 먹을때마다 못 배워먹은 놈처럼 보인다고 놀려댔었는데..>


      그 소리는 지금 내가 못 배워먹은 놈처럼 보인다는 얘기지?? 은근히 사람 갈구는 재주가 있어...


      <그래서 그 분은 젓가락질 고쳤어요??>

      <아..그거??..... 결국엔 못 고쳤어..>

      <그렇죠?? 그게 의외로 고치기 힘들어요..>

      <응...진짜 습관이란게 무섭긴 한가봐..한번 몸에 배 버리면 죽어도 안 버려지는 게 해도해도 안 없어지나봐..>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는 선생님의 얼굴에 얼핏 아까와는 다른 슬픔의 빛이 스쳐갔다.


      <미안..이상한 소리를 해버렸네..밥이나 먹자..>


      자신 때문에 어색해진 식탁의 분위기가 미안 했는지 선생님은 이내 귀엽게 웃으며 다시 숟가락을 들어갔다. 뭔가 말을 꺼내려던 나는 이내 입을 다물고 선생님을 따라 다시 숟가락을 들어갔다. 내가 지금 물어봐야 선생님이 말해주실 것도 아니고..들어봐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그냥 밥이나 먹자..





      <아호...진짜 잘 먹었다...배터질 것 같아..>


      식사가 끝나고 쇼파에 앉아 나오지도 않은 배를 쓰다듬으며 터질 것 같다고 하는 선생님의 복부는 단식원에 들어가있는 여자가 봤다면 자살 충동이 일만큼 날씬하게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먹었는데도 티도 안나는 거 보면 진짜 체질인가 보다.. 축복 받았네.. 누군 물만 먹어도 찐다고 하던데..


      <입맛에 맞으셨는지 모르겠네요...대충 만들어 본건데..>

      <아냐..아냐..내 입맛에 딱 맞았어..이렇게 밥다운 밥 정말 오랜만이거든...너무 잘 먹었어..>

      <집에서 밥 안 해드세요??>

      <아니..하긴 하는데 내가 요리에 좀 잼병 이라서.. 만들 수 있는 것도 몇 개 없고...>


      말해 놓고도 민망한지 선생님이 귀엽게 머리를 긁적여 갔다.


      저런 거 보면 우리 아줌마랑 은근히 비슷한데가 많단 말야..내숭 안 떨고 털털한 것도 그렇고 요리 못하는 것도 그렇고..뭐 좀 틀린게 있다면 이미지 정도?? 확실히 누나는 터프하고 당찬 이미지지만 선생님은 귀여운 소녀 같고 개구쟁이 아이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하나. 둘 다 이쁘다는 것..서로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지만 각자 누구라도 반할만한 매력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도도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조각 같은 미모의 누나. 그리고 그완 반대로 사랑스럽고 귀여움으로 가득찬 선생님. 어느 누가 낫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여성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 주위에도 이쁜 여자가 상당히 많아..은근히 복 받은 놈일지도..


      <나중에 또 오세요..맛있는 거 많이 해드릴 께요..>

      <진짜지?? 나 그럼 매일매일 온다..>

      <뭐 좋으실대로..아니면 여기 방 많으니까 하숙을 하시던가요..크크>

      <그래?? 진짜 한번 그래볼까...>


      농담인데 뭘 또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여기 후식...>

      <아..고마워..>


      선생님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네 준 나는 바로 옆자리에 걸터 앉았다. 은은한 커피향을 들이키듯 눈을 감고 냄새를 음미하는 선생님은 이내 천천히 한 모금을 입에 머금어 갔다. 얼굴이 예쁘니까 동작하나하나가 CF네. 특히 앙증맞은 입술이 찻잔에 닿는 모습은 사진기만 있다면 당장 사진으로 찍어 놓고 싶을 정도였다,


      <요리는 언제부터 한거야??>

      <중학교때 부터요..>

      <중학교?? 엄청 일찍 배웠네??>

      <그냥..먹고 살려다 보니까 일찍 배우게 됐어요..>


      먹고 살려다라기 보단 안 죽을라고 배웠다... 안 맞아 죽을라고..


      <보통 실력이 아니던데..좋겠네..강혁이 데려가는 여자는.. 음식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하하..뭘요...>


      당근이쥐...나 데려가는 여자는 복 받는거야.. 요리 잘해 빨래 잘해, 청소 잘해, 안하는 것 못하는 거 없이 집안일은 다 잘해.. 진짜 나랑 결혼 하는 여자는 누군지 몰라도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힐 자신 있다. 진짜 일등 신랑감이지~~암~~그렇구 말구...


      <근데 애인은 있어??>


      그건 왜 또 물어보시나?? 아까 대답 했는데.. 그냥 칭찬만 하다 말지...


      <없어요...>

      <왜??>


      없는데 이유가 꼭 필요 합니까?? 의외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으시군요..


      <그냥...어쩌다 보니까..>

      <안 만든거야?? 못 만든 거야??>


      이 여자도 상당히 집요한 구석이 있으시네..


      <학생이니까 공부 해야죠..애인 만들 시간이 어딨어요..>

      <.......못 만든 거구나...>


      그런 말 안 했어!!! 낮부터 느낀 거지만 당신 의외로 사람 속 후벼 파는 재주가 있어..


      <그러는 선생님은 애인 왜 안 만드세요??>

      <응?? 어떻게 알았어?? 나 애인 없는지??>

      <그..그냥..느낌이 그래서요..>

      <내가 애인 없어 보여??그래??>


      뭔가 자존심이 상한 걸까?? 나를 빤히 쳐다보며 선생님이 동그란 눈으로 반문해왔다.


      <아니..그냥.. 그렇다고요...>


      뭘 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시나..그냥 넘어가지..


      <글쎄...애인이라..딱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그다지 해보질 않아서..>

      <사귈 사람이 없는 거예요..아님 맘이 없는 거예요??>

      <음...어떨까?? 나 좋다고 한 사람은 많았는데..>


      많겠지... 저 정도 얼굴인데.. 학교에만 팬클럽이 부대단위로 있는데..


      <그럼 맘이 없는 거네요..>

      <그런가?? 크크>


      입가에 커피 잔을 가져가며 선생님이 자그맣게 쿡쿡 웃음을 흘렸다. 누군 좋겠다..누구는 능력이 안되서 애인 못 만드는데 누군 맘이 없어서 안 만들고.. 세상 불공평하다..진짜로..


      <그럼 지금까지 애인 같은 거 한번도 안 사겨 보셨어요??>

      <사겨보긴 했지..대학교 때 한번..>

      <대학교 때 한번이요?? 중 고등학교 때나 그 이후에는요??>

      <중,고등학교때는 맨날 안경 쓰고 머리를 묶고 다녀서 그런지 그렇게 인기있는 타입이 아니었어.. 뭐 나도 딱히 남자친구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고.. 그리고 그 이후에는 생각보다 힘들더라고..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는게..>

      <많이 좋아 하셨어요?? 대학교 때 사귄 그 남자분..>

      <글쎄...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아직도 생각나는 거 보면..>

      <어떤 분인데요??>

      <좋은 남자였어..자상하고..요리 잘하고..너처럼 젓가락질도 엑스자로 하는 그냥 어디서나 볼수 있는 평범한 남자..>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회상하듯 공허한 눈빛으로 말하는 선생님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떠나버린 이를 몇 년째 기다리는 소녀처럼..


      <왜..헤어졌는지 물어봐도 돼요??>


      나는 조심스럽게 선생님에게 물었다. 솔직히 이런 말은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는 말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왜 헤어졌는지..왜 사랑했던 그 사람과 이별 했는지 누군가에게 말해주기는 참 힘드니까.. 솔직히 자기들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렇게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는지..사귈 때만 해도 평생을 함께 할 것처럼 사랑했던 사람을 왜 그렇게 떠나 보냈는지..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헤어지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다..그냥 식어서..어느 한쪽의 사랑이 식어서니까..


      그래도 나는 웬지 모르게 묻고 싶었다..아니 물어야만 할 것 같았다. 아까의 선생님의 슬픈 얼굴이 갑자기 생각나서 인지 언뜻 비치는 슬픈 기색 때문인지 는 모르지만 꼭 듣고 싶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슬프게 하는지..


      <죽었어...>

      <죽어요??>


      너무도 덤덤하게 말을 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되물었다.


      <응...교통사고로....3년 전에..>


      조그맣게 내뱉은 선생님의 목소리에 깊은 슬픔이 전해져 온다. 아직 맘에 담아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우는 듯한 그런 슬픔이..


      <죄송해요...>

      <아냐... 니가 뭐가 죄송해... 오히려 괜히 이런 얘기한 내가 미안하지...신경 쓰지마..괜찮아..>


      괜찮다는 듯 나에게 손을 저어 오는 선생님의 눈동자엔 잠깐 사이에 촉촉한 물기가 배어 있었다. 애써 웃음을 흘리는 선생님의 얼굴은 얼핏 웃고는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슬퍼 보였고 그 어느 때 보다 아파보였다. 아까 운 것도 그 분 때문인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줍 잖은 말로 선생님에게 위로한답시고 해봤자 그것은 동정일 뿐 아무것도 아니니까.. 거실 안에 한순간의 정적이 흘렀다. 선생님도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니 하면 안되는 것처럼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안가 그 정적을 깬 것은 나였다.


      <옛날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참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막막하게 느껴졌었어요.. 언제나 옆에 있을 것 같은 분들이 갑자기 이제는 볼 수 없게 되니까 왜 그렇게 어린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힌 것처럼 느껴졌던지.. 온통 깜깜해 보이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게..그냥 마냥 울기만 했어요..그렇게 울고 있으니까 나중엔 누나가 와서 절 막 때리더라고요.. 상 중인 애를 막 개 잡듯이..크크 그렇게 한참을 때리고 나서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아직도 누나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울지 않으려 애쓰며 자기를 다그치듯 나를 다그치던 누나의 목소리가..


      <지금 니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너 혼자만 세상에서 제일 아픈 것 같지?? 웃기지마..지금 너 보다 더 아픈게 누군줄 알아?? 바로 이런 니 꼴을 보고 있는 엄마, 아빠야!! 언제나 말했지..엄마 아빠가..니가 어디에있든 어디서 뭘 하든 엄마아빠는 항상 옆에 있겠다고..너랑 함께 계시겠다고.. 지금도 마친가지야.. 니가 이렇게 꼴사납게 질질 짜고 있는 지금도 엄마, 아빠는 니 옆에서 너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울고 계신다고!!>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말해 드리고 싶었고 들려드리고 싶었다. 나는 약간의 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때 제 나이 열 셋이었어요.. 솔직히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야 하는건지 알긴 힘들었죠.. 근데..이상하게도 눈물이 멈추더라고요..이상하게..울면 안될 것 같은...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그날 이후로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슬프다 할 정도로 운적은 없어요..가끔씩 보고 싶어서 그리워서 그래서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그냥 그리움일뿐 슬픈건 아니었어요..생각해 보니까 슬플 이유가 없더라고요...저한테는 부모님과 함께한 좋은 추억이 있고 내 몸에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사랑이 있고 저는 그걸 확실히 기억하고..지금도 여전히 느끼고 있고..돌아가셨지만 한번도 부모님이 멀리 떨어져있다거나 하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그렇게 되니까 자연스레 울 일도 없어지더라고요..>


      한참을 내 얘기를 듣던 선생님이 기특하다는 듯 날 보며 웃음을 지어왔다.


      <강하네...강혁이는..부러워..니가>

      <뭘요...그냥 자기 합리화죠..그러는 선생님은요?? 슬프세요 그분의 일이??>

      <응?? 음...모르겠어...아직도 슬픈건지 아닌건지..그건 왜??>

      <그냥..슬퍼 보여서요..너무..너무 슬퍼서 너무 아파서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사람처럼..>


      그랬다..지금 선생님의 모습은 주인을 잃은 강아지처럼 보였다. 주인을 찾아 헤메다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혼자서 슬프게 울고 있는 불쌍한 강아지..


      <그래 보여?? 후후...그랬나??..내가?? 모르겠어...다 잊었다고 생각 했는데..다 지웠다고 생각했는데..좀처럼 지워지지가 않네...아니...아예 지워지지가 않아..기억하나하나 모두 다.. 몸 안에 꼭 박혀있는 가시처럼...등에 난 종기처럼...계속 남아 있어서 잊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숨을 쉴 때마다 가끔씩 가슴이 아프고..너무 힘들어서 좀 쉴라고 어디 기대면 이 종기가 너무 아파서 기대 쉴 수도 없을 만큼 아파서.. 좀처럼 지워지지가 않아..>


      조금씩 감정이 격양된 것일까...차분하게 말을 뱉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느새 울먹임으로 바뀌고 있었다. 거기에 사랑스러움이 그득한 눈동자도 어느새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하게 번져 있었다.


      <아픈 기억이었어요?? 그렇게 잊고 싶을 만큼?? 그분과의 추억이 그렇게 잊고 싶을 만큼 끔찍하고 아팠어요??>

      <아니...행복했어...그 이상 행복은 없다고 여길 만큼 행복했어..그래서 더 아픈가봐..>

      <그럼..된 거 잖아요..행복하고 기뻣으면 된 거잖아요..그분과 그렇게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쌓았으면 된거잖아요..왜 그렇게 슬픈 얼굴로 그 좋은 추억을 슬프게 만들어요.. >

      <알아...그래서 나도 웃을라고..그 사람 몫까지 행복하려고 하는데 자꾸 눈물이이나..모르겠어...그냥...그냥...내가 행복하면 나 혼자 행복하면 그 사람한테 너무 미안해서..너무 미안해서..그 사람 몫까지 웃고 싶어도 마냥 웃을 수가 없어....>


      그리고 참았던 눈물이 넘쳐 흐르듯 글썽이던 선생님의 큰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언제나 밝아 보이고 활기차 보이던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그 밝음으로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편하게 해주는 능력을 가진 선생님이었다. 그런 분이 이렇게 아픈 얼굴하고 있으니 마치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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