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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즐거운 휴일이다. 휴일은 즐겁다. 무려 7일이나 되는 일주일중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유일하게 있는 하루는 분명 즐거운 날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다거나 즐거운 친구들을 본다거나 아니면 부족했던 휴식을 취한 다거나, 자기만의 특별한 여가 생활을 즐긴 다거나 지친 일상에서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좋은 날이다. 나 역시 오랜만의 휴일을 이용해 그동안 못 즐겼던 여가 생활을 즐기기 위해 비디오 가게를 찾았지만 결국 허탕만 친 채 투덜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요즘 왜 이렇게 볼만한 영화가 없는 거야?? 영화를 만드는 거야 마는 거야?? 아~ 집에 누나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말상대라도 하면서 놀았을 텐데.. 물론 내가 당하는 입장이지만.. 누나는 뭔 놈의 일이 그렇게 많은지 쉬는 날인 오늘에도 아침을 먹고 곧장 회사로 나가버렸다. 이 놈의 회사.. 이번 달에 보너스만 적게 나와 봐라.. 내가 근로자 협회에 고발해 버릴거다..


      어제 누나와 있었던 모종의 사건 때문에 누나와 나의 사이가 어색해지거나 이상해지진 않을까 많이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평소와 마찬 가지로 쏟아져 나오는 반찬 투정과 어제 안간 이불보에 대한 투덜거림. 그에 이어진 나의 반항에 따라온 누나의 응징성 구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누나임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어제의 누나의 말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나름 정상(?)적인 아침을 보낼 수 있었다. 내심 걱정한 나로서는 아까 맞은 구타의 흔적인 혹까지 살짝 기분이 좋을 정도로 상당히 안심이 되는 일이었다. 확실히 우리 한 여사가 뒤끝은 없다..


      근데 오늘은 뭐하냐? 오랜만에 집 안 일도 없는 한가한 날인데..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고..잠깐 놀러나 갈까? 아니지..그것도 같이 갈 여자친구라도 있어야지..혼자가면 그게 무슨 궁상이야.. 그럼 애들이나 불러서 놀까?? 아니다 지환이 그 자식은 오늘 여자랑 약속 있다고 했고 .. 아~ 오랜만의 휴일 인데 이렇게 할 게 없냐..새삼 느끼는 거지만 한강혁 너 왜 이렇게 사냐?? 한심하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매일 매일을 죽을둥 살둥 발버둥 치며 휴일만을 기다리지만 막상 그때가 오면 할 게 없다.. 진짜 슬픈 인생이다..


      나는 밀려들어 오는 한숨에 땅이 꺼져라 숨을 쉬며 분풀이라도 하 듯 눈앞의 돌멩이를 걷어 찼다. 발에 차인 돌멩이가 또르르 땅위를 굴러가고 그 돌을 따라 가던 나의 시야에 하나의 커플이 잡혔다.


      뭐야..저 년놈들..길거리에서 연애질 하고 있는 거냐?? 지금 누구 염장 지르나..


      눈앞의 커플은 명백히 남들 보란 듯이 마주 서서 도란도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얀 민소매 블라우스에 하늘색 주름진 치마를 입은 여자는 키는 작은 듯했지만 어딘가 보다듬고 싶은 귀여운 인상과 어울리는 게 오히려 아담한 체구가 더욱 사랑스러운 느낌이었고 그 옆의 남자는 의젓하고 체격도 좋은 게 딱 봐도 남자답다는 생각이 들 만큼 호남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선남선녀의 이상적인 커플이다. 저런 걸 끼리끼리라고 하나?? 저런 건 불공평하지 않나?? 좀 이쁜 애들은 못난 애들이랑 또 잘생긴 것들은 좀 못생긴 여자애들이랑 있어야지 유전자가 평등하게 나오지.. 뭔가 잘못됐다. 평등 사회의 구현을 위해 국가에서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 새로운 법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좀 더 자세히 보니 왠지 커플이라고 하기엔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여자는 웃고는 있었지만 얼굴 가득 난처하다는 기색이 역력했고 남자는 그에 상관없다는 듯이 여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마치 추근덕 거리는 남자처럼..


      거기에 여자 쪽은 어딘가 낯이 익은 구석이 많았다. 작은 키 귀여운 얼굴.. 확실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었다. 근데 왜 저 여자가 여기 있지?? 이 동네 사나?? 저 사람은 애인?? 내가 알기론 애인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 있을 때 순간 여자의 고개가 내 쪽을 향해왔다. 내가 있는걸 알고 고개를 돌린 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연히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녀 역시 내가 누군지 생각 하는 듯 잠시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났다는 듯 귀여운 얼굴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귀여운 입을 감싸며 놀란 듯 동그란 눈을 크게 떠갔다. 그렇게 이쁘게 놀라 필욘 없는데.. 얼굴이 귀여워 선가 그냥 놀라는 것 도 귀엽다. 그리고 뭔가 생각 하는 듯 하더니 그녀는 옆에 있던 남자를 버려 둔 채 황급히 내 쪽을 향해 걸어왔다. 살랑살랑 나풀거리는 치마를 펄럭거리며 예쁜 다리로 사뿐사뿐 걸어오는 모습은 내 넓은 가슴으로 꼭 품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워 보였지만 지금 당장의 나로서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왜 이쪽으로 오냐...그냥 모른 척하고 가지...아이 씨..모르겠다 그냥 아는척이라도 하자..


      <안녕하..>


      거의 내 앞에 다다른 그녀를 향해 나는 인사를 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녀가 나의 행동을 저지하며 빠른 움직임으로 내 옆에 다가왔다. 그리고 재빠르게 내 팔에 팔짱을 끼고는 나에게 밀착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이루어진 행동에 나는 놀랄 틈도 없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뭐냐..이 시츄에이션은..??


      <선생님....무슨..윽>


      생각 치도 못한 이 갑작스런 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무슨 일 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통증에 그 말마저 삼켜야만 했다.


      (잠깐....잠깐만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줘..)


      살며시 까치발을 들며 내 귓가에 선생님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 왔다.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그 앳띄고 귀여운 목소리에 이끌리 듯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여갔다.


      곧이어 아까 선생님이 팽겨치고 온 남자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짐작만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확실히 잘 생겼다.. 깔끔하고.. 선이 강한게...난 남자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난다. 확실히 남자는 남자인 내가 봐도 인기있게 생겼다 할 정도로 다부지고 잘생긴 타입이었다. 근데..선생님이랑 무슨 관계지?? 좀 심각 해 보이는데.. 이거 엄한데 껴서 피 보는 거 아냐??


      <지민씨..이 사람은 누구죠??>

      <아...이 사람이 좀 전에 제가 말한 제 애인이예요..>


      애인?? 누가?? 내가?? 언제부터?? 내 기억을 담당하고 있는 두뇌에서는 당신 같은 애인이 없다고 하는데 무슨 말씀인지?? 뭐...그 두뇌에는 애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다고 하지만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니까 넘어가자.


      뜬금없는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 보려던 나는 다시금 느껴지는 옆구리의 통증에 고개를 원위치 시켜갔다. 아이씨....좀 살살 좀 꼬집지.. 살 패이겠다..


      <애인이라뇨...이 사람이요??>


      그렇다네요..제가 이 사람 애인이라네요..저도 방금전에 알았어요..나한테 애인이 있었다는거..


      선생님의 말에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제서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았다. 천천히 기분 나쁜 시선으로 나를 아래위로 훑던 사내는 갑자기 뭐가 우스운지 역시 기분 나쁜 미소를 얼굴 가득 지어갔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나였지만 그것이 나를 향한 비웃음이었다는 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내 꼴이 지금 말이 아니긴 하다.. 대충 입고 나온 면 티에 집에서 나 입을 법한 줄무니 반바지.. 거기다 질질 끌고 나온 슬리퍼.. 감지도 않아 헝클어진 더벅머리.. 옆집 사는 백수 형이 봤다면 새로 들어 온 신입인지 알고 피시방 가자고 할 정도의 몰골이었다.


      그래도 그렇지...사람을 대놓고 비웃네..이게 아직 인성교육이 덜 됐구만.. 은근히 재수없다...다시 보니까 잘생기지도 않았네... 농약 먹은 족제비처럼 생겨가지고...


      왠지 기분이 나빠져 얼굴이 굳어 져 갔지만 그 자식은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듯 웃음을 멈추지 않고 나를 무시하며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민씨... 제가 지금 당자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같이 차 한번 마시자는 건데...이렇게 까지 하시다니..좀 섭섭합니다..>

      <이렇게라뇨?? 전 엄연히 애인이 있는 사람이고 지금 애인이 바로 옆에 있어요.. 너무 한건 그쪽 아닌가요??>


      내보기엔 둘 다 너무해..엄한 사람 앞에 놓고 무슨 짓 하는 거냐??


      <이 사람이 애인이라고요??>

      <네!! 제 애인 이예요!>


      얼마나 자신감 넘치게 얘기하는지 듣고 있는 나도 내가 진짜로 애인이 된 건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후후..거짓말을 하시는 건 좋은데 상대를 잘 고르셨어야죠..제가 충분히 납득 할 수 있게요..>


      다시 한번 비웃음을 흘리며 힐끗 깔보듯 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확실히 무시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진짜 열라 기분 더럽네...내가 이딴 자식한테 이런 꼴을 당해야 돼??


      <어디서 이런 되지도 않는 놈을 갔다 놓고는 애인이라고..>


      혼잣말이었지만 분명히 들렸다.. 되.지.도.않,은.놈. 솔직히 지금 상태로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기분은 나쁘다. 이걸 한번 엎어?? 근데 싸움 잘하게 생겼는데..


      짝!!


      그때였다. 강한 따귀소리와 함께 그 사내의 얼굴이 확 돌아 간 것은.. 사내는 자기가 맞은 것이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내 옆에 있는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나 역시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 멍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무서운 얼굴로 눈 앞의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무례하군요!! 당신이 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당신이 뭔데 겉모습만 보고 남을 판단하는 거냐고요?? 당신이 뭔데??!!>


      나를 위해 그럴 필요 까진 없는데 일단 저 자식 맞는 거 보니까 속은 시원하다..마치 설교하듯 매섭게 남자를 질책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남자는 창피한 듯 얼굴을 붉게 물들여 갔다. 여자에게 맞은 것이 분하고 치욕스러운 듯 사내운 강인함이 느껴지는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다. 쪽팔리지...나 같아도 그러겠다.. 지금 주위만 봐도 여기저기서 무슨 일인가 수군거리고 있다.


      그에 따라 같이 있는 나도 같이 쪽팔리다. 저 놈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누가 봐도 선남선녀로 보이는 이 커플의 가운데에서 이런 초라한 복장으로 서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창피함 그 자체였다. 사람들도 뺨 맞은 놈을 주목 하기 보단 어느새 인형 같은 미모의 여인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있는 나를 더 주목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 사건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건만...이럴 줄 알았으면 모자라도 쓰고 나오는데 가까운 곳이라 너무 방심했다.


      <크윽...제가...좀 무례했던 것 같군요..사과 드리겠습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정정해라...그래도 의외로 참을성이 있었는지 사내는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며 선생님에게 허리를 숙이며 사과를 해갔다. 근데 왜 나한테 아니고 선생님 쪽으로 하는 거냐..기분 나쁜 건 난데..


      <사과는 저한테가 아니라 제 애인한테 해야죠..>


      애인이라는 말이 너무 술술 나와서 듣는 내가 오해할 지경입니다.


      <아..네...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죄송합니다...>


      사과를 할 려면 얼굴 좀 피고 해라..어렸을때 사과법도 안 배웠냐?? 얼굴에 웃음을 띄고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서 하는 게 사과란다..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는 거 티내 것도 아니고...


      <제가 실수한건 그렇다 치고.. 지민씨.. 저 솔직히 지민씨 좋아 합니다..아니 사랑 합니다!!>


      뺨 맞고 정신이 나갔나 보다. 이젠 앞도 뒤도 안보고 사랑한 댄다.


      <아직도..그런 소릴..>

      <애인이 있다구요?? 옆에 저 사람이 애인이라고요?? 하지만 전 그 말 못믿겠습니다. 몇 주동안 지민 씨를 봐왔지만 저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걸 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한테도 지민씨 한테 애인이 있다는 얘길 들어본적도 없고요..그래도 저 사람이 지민씨 애인 입니까??>


      이건 생긴 건 멀쩡하게 생긴 게 스토커야..뭐야..몇 주 동안 봐왔데..거기다 주변조사까지 단단히 해왔나 보다. 추궁하듯 물어보듯 그의 얼굴엔 확신의 빛이 뚜렷했다. 그나 저나 어쩌나..우리 선생님 다 뽀록 나게 생겼다.. 그냥 당신이 싫어요~~ 하면 될 거 가지고..왜 이렇게 하시나..머리만 아프게..


      가끔가다 그런 여자 있다. 분명히 자기 맘에 들지 않는데도 확실히 말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기대를 갖게 만드는 사람..자기 딴에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라고 그러는데 웃기는 소리다. 감정이 더 커지기 전에 잘라 버리는 게 그 사람에게 덜 상처를 주는 일이다. 그건 그냥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거나, 지금의 상황이 재밌어 즐기는 것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니까..그리고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니까..


      지금 선생님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도 딴엔 남자가 쉽게 단념 할 수 있도록 생각해서 하는 일일 테니까..근데..문제는...왜 그 사이에 내가 껴야 하냐고..머리 아프게...


      <그럼 어떻게 해야 믿으시겠어요?? 뭐 증명서이라도 떼다 드릴까요??>


      그런 게 있기나 한거야?? 애인 확인 증명증 같은거??


      <그냥 전 사실을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만약 이 사람이 지민 씨의 진짜 애인이라면 전 이 자리에서 깨끗이 지민 씨를 포기하겠습니다. 앞으로 귀찮게 한다거나 쫓아다닌 다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정말이죠??>

      <네..남자답게 포기 하겠습니다!!>

      <그럼 똑똑히 보세요!! 이게 그 증거니까요!!>


      정말 있는 거냐?? 그 증거서류 라는...흡


      순간 내 고개가 홱 돌아가며 밑에서 무언가가 덮쳐왔다. 그리고 동시에 입술에 느껴지는 촉촉한 느낌..어제 느꼈던 누나의 입술과는 또 다른 감각의 부드러운 감촉이 내 입술을 타고 얼굴 전체로 퍼져 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내 입술을 누르고 있던 부드러운 무언가가 사라지고 천천히 선생님의 얼굴이 떨어져갔다.


      지...지금 뭐가 지나갔냐...?? 나는 내 입술을 범하고(?) 당당하게 남자를 향해 외치는 선생님을 그저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어때요..뭐 더 보여줘야 할 게 남았나요??>


      여기서 뭘 더 보여 주실 라고 그러 소리를 해??


      <아...아닙니다...이제...됐습니다..지금까지 귀찮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앞으로는 절대 귀찮게 하는 일 없을 겁니다.>


      니 얼굴 보니까 그래 보인다.. 어지간히 놀랬나 보다..밀가루라도 덮어 쓴것 마냥 얼굴이 하얗게 떴네...


      <당연 그래야죠..저도 다신 그쪽 보는 일 없었으면 하네요..>


      무라도 있으면 바로 베어 버릴 듯한 목소리로 단칼에 외치는 선생님. 의외로 잔인하네...우리 선생님..그런 말은 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요..


      <네...그리고...애인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아까의 무례..죄송합니다..>

      <아..아뇨...그럴수도 있죠..뭐...하하...>


      아까와는 다르게 진심어린 얼굴로 사과하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그냥 확 불어버려?? 나 이 여자 몰라요 하고.. 아니다..그냥 보내는 게 낫겠다. 맘에 없는 사람 붙잡고 늘어지는 것만큼 흉한 것도 없으니까..그냥 여기서 단념 시키는 게 남자를 위한 길일 것이다.


      <그럼..전 이만...>


      힘 없이 등을 돌린 그는 터덜터덜 어깨를 축 늘어 뜨린 채 우리의 눈앞에서 멀어져 갔다.


      좀 기분이 찝찝하다..그렇게 나쁜 놈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뭐..그건 그렇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선생님은 아까의 남자가 다시 오는 건 아닐까 내 팔짱을 꼭 킨 채 남자가 걸어간 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선생님...이제...팔..좀...>


      이제 좀 놓지?? 팔뚝에서 뭉클거리는 게 느낌이 이상하잖아..


      <아!! 미안...미안해..>


      그 말은 한참 아까 했어야 했을 말입니다.. 뒤늦게 끼고 있던 팔짱을 빼며 선생님이 미안하다는 듯 사과해왔다. 잘못했다는 듯 귀엽게 손바닥을 마주 댄 선생님의 모습이 어른 답지 않게 귀여워 살짝 웃음이 나올 뻔 했다.


      <미안해..많이 놀랐지?? 갑자기 내가 그래서...>


      네...아마 지나가던 아줌마가 아무 이유없이 내 뒷통수를 치고 가도 이정도로 놀라진 않을 것 같네요..


      <예...조금요... 근데 저 남자는 누구예요??>

      <아... 삼주 전에 선 본 남자.. 내가 맘에 든다고 사귀어 보자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막 쫓아 다녀.. 근데 앞으로는 안 그럴 것 같다.. 지금 저러고 가는 거 보니..>


      당연하지...바로 눈 앞에서 보란 듯이 키스를 했는데...나 같아도 포기하겠다.. 의외로 잔인했어..당신...


      <근데..너무 심하셨던거 아니예요?? 따귀까지 때리시고...>

      <아..그거.. 그건 맞아도 싸. 자기가 뭔데 자기 맘대로 남을 무시하고 깔보는 거야!! 그것도 우리 귀여운 제자를 그건 내가 절대 용서 못해!!>


      정의의 힘으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하고많은 옷 중에 교복만 입고 악당 때려 부수는 여자아이들의 포스를 풍기며 주먹을 불끈 쥐는 선생님은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깜찍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귀엽다니...뭔가 좀 민망한 단어 선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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