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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렸는지 밖에서는 천지가 울릴 듯 한 천둥소리를 사정없이 질러대며 긴급 뉴스 속보로 폭우 주위보가 내릴만한 굵은 빗줄기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가 또 내리나 보다. 아직 장마 시즌도 아니건만 이 놈의 날씨는 도무지 계절로서의 정체성이 없다. 시즌도 못 맞추고 이렇게 아무 때나 지 멋대로 비를 퍼부어 대는 거 보면..
우르르~쾅~!!
근데 은근히 무섭다. 천지가 울리는 듯 한 웅장한 소리가 머리속까지 울리는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천둥을 무서워했다. 천둥이 한번 치면 온 몸이 흔들리는 게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어 옛날에는 어린 마음에 지구 멸망설 까지 생각하며 오들오들 떨 때도 많았다,
그때면 언제나 나는 엄마에게로 달려갔고 엄마는 자다 일어난 와중에도 싫어하는 기색 하나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날 반겨주며 꼭 안아주셨다. 그리고는 소곤소곤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그렇게 엄마 품에 안겨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서운 것도 잊어 버리고 나도 몰래 잠이 들어버리곤 했다. 엄마의 품은 나에게 최고의 안식처였고 영원한 마음의 침대 였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언제부턴가 나는 천둥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 커서였는지 엄마가 없단 걸 알았기에 견뎌내기로 한건지..
쿠르릉....쾅쾅쾅!!
요란하게도 울린다.. 저러다 지진 나겠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잖아..가뜩이나 마음도 심란해서 잠도 안 와 죽겠는데.. 안 그래도 바람 불어 요동치는 호수에 아주 짱돌을 던지는 구나..
더운 와중에도 마치 당장이라도 허물을 벗고 날아갈 번데기 처럼 이불을 똘똘똘 말아 침대 위를 구르던 나는 이내 자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내일 학교도 안가니까.. 근데 이 오 밤중에 잠 안자고 할 게 있나?? 컴퓨터?? 아냐..비오는 날 컴터 하다가 날라 가면 어째..그거 수리 할라면 돈이 얼만데.. 공부?? 맨날 하는 공부 꼭 오밤중에 까지 할 필요는 없지.. 독서?? 아..난 책만 보면 멀미나서 안돼...이렇게 할 게 없나??
순간 내 머리 속을 번뜩이며 지나가는 하나의 과제!!
그래...빨래나 하자...남은 빨래나 하면서 밤을 지새워 보자..시간 남으면 청소도 하고..
내가 뭐 그렇지...
그렇게 내려온 1층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조용한 거실에는 세찬 빗방울이 온몸을 부딪혀오는 소리만이 가득 했고 더 없이 고요한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괜시리 무서운 마음이 들어 불을 킬까 했지만 밖에 비추는 가로등만으로도 시야의 밝기는 충분했기에 그냥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나는 화장실로 걸음을 옮겨갔다.
우르릉..쾅쾅쾅!!
아주 하늘이 제대로 미쳤나보다 ..저 하늘에서 락을 연주를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요란한 소리가 가득 사방을 뒤덮어왔다.
그때였다. 순간 방금 지나간 천둥소리와는 명백하게 스타일이 다른 무언가 인위적인 소리의 대표 주자인 쿵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져왔다.
뭐냐?? 이 쌩뚱 맞은 소리는?? 누가 있나?? 혹시.. 도둑??
혹시 도둑일지도 모른 생각이 들자 온몸이 움츠러들며 단번에 긴장감이 치솟았다. 요즘에 살기가 힘들어져서 강도가 많아졌다더니.. 여기도 온 건가??
나는 현관에 도둑 퇴치용으로 마련해둔 야구 배트를 들어갔다.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 보지만 아까의 소리가 거짓말이 었던 것처럼 거실에는 그저 거센 빗소리만 들려올뿐이었다.
잘 못 들었나 싶어 그냥 위로 올라갈까 했지만 역시 확인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는 잘 나오지도 않는 용기라는 두 글자를 겨우 끄집어내며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며 거실의 쇼파 쪽으로 향했다.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일때 마다 무언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그리고 순간 쇼파 쪽에서 부스럭 거리며 인기척이 났다. 그 소리에 나는 다시 한 번 잔뜩 어깨를 움츠리며 긴장해 갔다. 정말 도둑인가??
<누...누구세요?? 도둑이면 밤에 일하시느라 힘드실텐데 그냥 가세요..이집에 무서운 아줌마가 있거든요??걸리면 죽어요..아마 뼈도 못 추릴걸요?? 치료비는 못 드리니까 험한 꼴 보기전에 그냥 가시는게 좋아요..>
참 대단한 협상 제안이었다. 이 말을 들은 도둑이 자기를 놀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오히려 화가 나서 나를 덮쳐올 만큼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도둑이 갈까??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말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최대한의 용기를 끌어 모아 뱉은 말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칼 들고 설치는 도둑하고 맞짱 뜨기 쉬운 줄 아나??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힘들다.
하지만 역시 예상했던 대로 대답은 없다. 협상 실패였다. 젠장...혹시나 하는 두려움으로 심장이 벌렁벌렁 뛰어 온다. 다시금 용기를 낸 나는 배트를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다가갔다. 긴장 때문인지 이마를 타고 식은 땀 한방울이 또르르 흘러 내렸다.
순간 번쩍하고 거실에 불을 켠 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환한 빛이 거실 안을 가득 채워갔다. 예상대로 누가 있었는지 그 불빛 아래 하나의 인영이 훤희 모습을 드러내왔다. 너무나 익숙한 얼굴을 한 인영이..
우르릉..쾅쾅쾅!! 쿠르릉..쾅쾅!!
<꺄악~~~~>
<으악~~~~>
마치 연주라도 하듯 뒤이어 터진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온 거실 가득 끝을 모르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져 왔다. 그 갑작스런 비명에 놀란 나도 있는 데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쇼파 위에서 나를 향해 째질 듯 한 비명을 지르며 덮쳐오는 인영에 나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내 품에 안아가며 무게에 못 이겨 뒤로 쓰러져갔다.
그대로 쿵하고 내 머리가 바닥에 닿으며 둔탁한 충격음이 울렸다. 뒤이어 뒷통수에서 전해지는 찌르르한 통증에 절로 인상이 찌그러져갔다. 제대로 박혔다. 뇌진탕이 아닌 게 신기할 정도로 골 때린 진동과 함께 수반되어 오는 통증에 한참을 허덕이던 나는 한참 후에야 겨우 고개를 들어갔다. 내 통증의 원인 제공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내 몸 위에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일어나...>
대답이 없다..바로 옆에서 말한 거니 못 들은건 아닐거다. 듣고도 안하는 거지.
<일어나...>
역시 이번에도 대답은 없다. 이번에도 못 들은 척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겁다구 이 여자야..
<쪽팔린건 알겠는데 이제 그만 좀 일어나지?? 무겁거든??누나??>
<눈치... 챘냐??하하...>
숨바꼭질 하다 들키면 이런 얼굴을 할까?? 내 가슴팍에 턱을 괴며 고개를 든 누나가 빼꼼이 어린아이처럼 나를 바라봐왔다. 갑작스런 이 상황이 민망한지 얼굴 가득 어색한 웃음을 지은 채..
모든 빛이 사라진 것 같은 칠흙 같이 어두운 밤. 몇개의 양초만이 은은하게 빛을 내는 거실에서 나는 누나에게 방금 탄 따뜻한 커피를 건네 갔다.
<자..여기 커피..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
<땡큐...근데 불은 완전히 나간거야??>
<어..이 일대 모두 정전인가봐..>
아까의 엄청난 천둥의 영향인지 나가버린 전기는 아무리 내가 두꺼비집을 올리며 용을 써봐도 돌아 올 줄 몰랐다. 창밖의 가로등도 나간걸 보니 이 지역 전체가 전기가 나가버린 모양이었다.
언제 불이 들어 올 줄 몰랐기에 우리는 부모님 방에 장식품으로 놓여있던 양초를 꺼내 거실을 밝혀갔다. 그리 수가 많은 건 아니었기에 쇼파에 앉아 있는 우리를 밝혀주는 것이 다였지만 키고 보니 그리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은은한 빛이 주위를 맴도는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랄까... 와인이라도 있으면 따서 먹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피어나왔다.
<그건 그렇고..거실엔 왜 나와 있던 거야??>
<어??그냥..잠도 안 오고 해서...맥주나 한잔하려고 나왔지..>
누나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 먹고 있었던 듯 맥주 두 캔이 탁자 앞에 나란히 놓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밤늦게 깡술이라.. 이 여자 답다고 해야하나.. 새삼 놀랄 건 없었다. 언제나 일하다가 힘들 때면 틈틈이 거실에 나와 술을 먹곤 했으니까..
<넌?? 왜 내려 왔냐??안자고..>
<나도 그냥...잠이 안와서...>
<잠이 안온다고 해도 니가 나처럼 술 마실 것도 아니고..내려 올 이윤 없잖아..>
<그...그냥...화장실 좀 갈려고...>
차마 너무 할게 없어서 빨래나 하려고 나왔다는 얘기는 못하겠다. 놀릴게 뻔하니까..
<할 거 없어서 화장실가서 빨래 할려던 건 아니고??>
정곡을 찔러오는 누나의 말에 몸이 멈칫 해온다. 농담으로 한말인지 얼굴엔 장난스런 웃음이 걸려있지만 당사자인 나로서는 순간 바늘에 갑자기 찔린 것 마냥 뜨끔했다.
<누..누가 이 늦은 시간에 빨래를 해..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하하..>
<그렇긴 하다...아무리 너라도 할 게 없다고 이 늦은 시간에 빨래 할 만큼 정신 나간 놈은 아니니까..>
<하하..그렇지..내가 정신 나간 놈도 아니고...>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다...젠장.. 나는 정말 정신 나간 놈인가??
<불...언제 들어 올려나??>
<글쎄..쉽게 들어 올 것 같진 않은데... 이 근처 다 나간거 보니까.. 한동안 안 들어 올 것 같아..>
불이 나갔으니 나는 뭘 해야 하나.. 생각해 놨던 빨래는 불도 불이지만 누나가 저렇게 있으니 정신 나간 놈 취급 까지 받으면서 할 순 없었다..아무래도 다시 올라가 봐야겠다. 여기서 누나랑 있어봤자 할 얘기도 없고 괜히 아까 일 때문에 뻘쭘한 기분도 들고..
<누난 더 있을거야??>
<어.. 왜?? 가게??>
<어...그냥 올라가 있게...여기서 할 것도 없고..>
<그냥.. 심심한데 얘기나 하다 가라...불 들어 올 때 까지만..>
<아냐...언제 들어올 줄 알고..거기다 누나 아까 내일 일 나간다 그랬잖아.. 아침 일찍 나가야할텐데...일찍 자야지..그냥 자자..>
<내가 잠이 안와서 그래...그러니까 잠깐만 있다가 가라...>
뭐지??천하의 한여사 답지 않게 약간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그리고 동시에 누나의 그 어울리지 않은 모습에 나의 기억 속에 뭔가 떠올라 왔다. 설마..
<누나...혹시...또 천둥칠까봐 무서워서 그래??>
<뭐?? 야..내..내가 애냐?? 그런 거 무서워하게...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천하의 한지연이??..말이 돼는 소릴 해라..>
말도 안 된다는 듯 누나가 손을 내저어왔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몸짓에 나는 속으로 묘한 웃음을 흘렸다. 말이 된다... 지금 당신 표정 보니까 더한 확신이 든다. 무섭나 보네..저 여자..
<그래??난 또 혹시 천둥 치는거 무서워서 그런 줄 알았지.. 아님 말고.. 난 그냥 올라가 볼게..>
<야..그냥 좀만 있다가 가라..>
이번엔 누나답지 않게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까지 섞어가며 말해왔다. 그 모습이 누나답지 않게 귀여워 보여 나는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이며 앉을 뻔 한걸 겨우 참아갔다.
<왜??>
<그...그냥...>
창피해서 말은 못하겠고..그렇다고 혼자 있자니 무섭고.. 그 두가지 선택지 중에서 흔들리고 있는듯 누나의 모습엔 고민의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냥 솔직히 말하지 버팅기기는..자존심은 세가지고..
<그러니까 그냥 왜..??>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반문하는 나. 어쩐지 재미있다. 맨날 골탕만 먹고 놀림만 받다가 이렇게 받아치니까.. 내가 올라가 버리면 어떡하나 하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대답도 못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을려니까 막 웃음이 터질려고 한다. 안돼..참자.. 그래도 너무 웃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나쁜 놈인가 보다.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그렇게 누나에게 나는 다시 한 번 등을 돌려갔다. 이제 들릴 때가 됐는데..
하나.둘.셋!!
<무..무서워서 그런다!! 막 번개치고 천둥치고 하는 게 무서워서 그런다!! 이제 됐냐??>
<그래?? 그럼 진작 말하지..난 꿈에도 몰랐지~~~>
드디어 말했다. 저 막무가내 아줌마에게 드디어 한방 먹였다. 하하하!! 저 분해하는 표정 봐라..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게 저거 보고 있으니까 막 춤까지 추고 싶어진다. 와 이리 좋노~~와 이리 좋노~~ 근데...저 아줌마 주먹은 왜 쥐지??
퍽!!
옆통수에 작렬하는 강렬한 훅!! 머리 한 귀퉁이가 날라가는건 아닐까 하는 강한 충격에 나는 머리를 쥐어 싸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 하루 진짜 머리가 고생이다. 몇 대를 맞는지 모르겠다. 제발 다른 부위도 골고루 좀 때려라.
<이게.. 요즘 내가 성질 좀 죽이고 살았더니 옆집 뒷산인 줄 알고 막 기어 오르네.. 어쭈..이게 맞고도 웃네...그래 한대 더 맞고도 그렇게 웃음이 나오나 보자..어금니 꽉 깨물어라..이번엔 턱이다..>
권투 만화의 주인공들이나 할 듯 한 멋진 자세로 누나가 어퍼컷을 날려 올 준비를 취해오자 나는 더 이상 웃음을 흘릴 수가 없었다. 저거 한방 맞으면 몇 일 동안 밥 못 먹는다.. 아직 젊은 나였기에 목숨 걸고 장난 치고 싶진 않았다.
<알았어..알았어!!..그만...그만..미안...잘못했어..>
내 항복이 먹혔는지 누나는 그제 서야 주먹을 내리며 자세를 풀었다.
<아오,,,무슨 여자가 그렇게 주먹이 쎄냐.. 권투해도 되겠다...>
<몰랐냐?? 나 권투 했었잖아..그냥 운동 삼아서 한 거 였는데 그때 관장님이 나보고 프로로 전향할 생각 없냐고 하기도 했었어.. 주먹에 힘이 있다나?? 관장님이 막 쫓아 다니기까지 하면서 권유했는데 싫다고 했어.. 귀찮아서..>
이 여자의 잠재력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스카웃 제의까지 받다니.. 알수록 신기한 여자다. 그나저나 그래서 인가?? 내가 아무리 막거나 피해 볼려고 해도 온몸으로 막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건?? 난 또 내가 엄청 약해서 여자한테 까지 맞는구나 하고 자책하고 있었는데.. 내가 약한 게 아니라 누나가 엄청 쎈 거 였구나.. 괜히 자책했다. 그래!! 나는 약한게 아니었어!! 크하하하....근데 그래도 슬프다...맞고 사는 인생..
<근데..누나..그거 없어지지 않았어?? 천둥 무서워 하는거...>
<응??아... 한동안 안 해서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은 좀 그러네..>
어렸을 적부터 누나도 나처럼 천둥을 무서워했다. 귀신이 나타나도 맞짱 뜰 것 같은 인간이 그랬다고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상상이 안가지만 천둥치는 날이면 언제나 나와 엄마의 옆자리를 두고 배틀을 뜰 정도로 누나의 천둥소리 공포증은 심했다. 그 공포증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리고 졸업해서도 계속 됐고 영원히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역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얼마안가 누나의 공포증은 자취를 감췄다. 아마도 이제 더 이상 그런 천둥소리에 겁을 집어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 에서였을 것이다. 이제 이집에 가장은 누나였으니까.. 어리게만 느껴졌던 누나는 점점 강해져 갔고 말괄량이처럼 느껴졌던 모습은 사라지고 성숙한 누나의 모습만이 남아갔다. 그렇게 누나는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어른이 좋은 어른이 아니라는게 좀 그렇지..성격 뭐 같은 어른...
나는 조용히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난 커피를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 한 번 마시고 나면 입에 달짝지근한 맛과 씁쓸한 맛이 오래 베어 있는 것 같아 찝찝한 느낌이 들어 마시는 걸 꺼려하는 편이었다. 가끔씩 마시면 다이어트나 당뇨 예방에 좋다는 걸 듣긴 한 것 같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의 커피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코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은은한 향을 맡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차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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