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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열여덟. 여느 다른 고2 애들이 그렇듯이 나의 학교 일과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8시에 등교. 9시에 수업 시작. 공부하고, 쉬고, 공부하고 ,쉬고 또 공부하다 쉬고, 그러다 점심 먹고 다시 공부하고 쉬고 공부하고 쉬고 그리고 종례. 수업의 내용만 바뀔 뿐 챗 바퀴 돌아가는 듯 한 단순 반복 그 자체의 시간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태엽을 감아 놓은 인형처럼 같은 것만을 반복하는 일과. 그게 나의 학교생활이었다. 가끔가다 재밌는 일이 터지긴 하지만 그건 그저 구경거리 일뿐 언제나 내일이 아니라 딴사람의 일이었다. 방관자.. 어떻게 보면 참 재미없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재미는 없다.
그렇다고 학교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학교탈출?? 이런 거 꿈도 꾸지 않는다. 아니 나는 오히려 이 지루한 학교생활에 아주 만족한다. 청소 할 일이 있나, 빨래해야 할 일이 있나, 가계부를 써야 하길 하나... 가만히 있으면 밥 나와, 책보고 싶으면 책 봐, 자고 싶으면 자, 놀고 싶으면 놀 수도 있다. 집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학교였다. 누가 학교를 감옥이라 하는가!! 이 자유롭고 안락한 이곳을~!! 학교는 나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쉼터였다. 그런 쉼터를 내가 왜 싫어하겠냐고...오히려 수업이 너무 짧아서 불만이면 불만이지..
땡땡땡...
오늘 내가 바친 하루의 종지부를 찍는 종이 울렸다. 아직 종례시간이 남았지만 몇몇 아이들은 벌써부터 가방을 싸며 분주하게 움직여댔다. 마치 모든 게 끝난 듯 좋다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 이리저리 교실을 뛰어 다니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 종례만을 앞둔 교실의 풍경은 마치 남북이 통일이라도 된 것 마냥 들뜬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어차피 끝나고 할 것도 없는 것들이..
<야!! 선생님 오신다!!>
교실 문을 박차며 뛰어 들어온 아이가 숨넘어갈 듯 한 얼굴로 헐떡이며 말했다. 조그만 체구의 아이의 얼굴은 비보라도 가져온 통신병처럼 비장하기까지 했지만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그 비장함은 어딘가 모르게 우스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여간 어느 교실가나 저런 놈들 꼭 있다. 저놈은 군대 가서도 걱정 없을 거다.
그리고 얼마 안가 그 통신병의 말대로 선생님이라고 지명한 한 여자가 교실로 들어와 천천히 교탁 앞에 섰다. 새하얀 화이트 배색과 귀여운 핑크 배색이 조화롭게 배치된 러블리한 느낌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지친 하루의 끝물의 시간대라는 것은 상관없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화사하고 밝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약간 아담 해 보이는 체격은 작다는 느낌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강했고 약간 동글동글하면서도 갸름한 얼굴은 동그랗고 몽글몽글한 이목구비와 잘 어울려져 전체적으로 꽤나 어리고 큐트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매번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보기만 해도 답답하고 숨이 탁 막히는 교탁 앞에서 저러고 서있는걸 보면 뭔가 자기자리를 잘못 찾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게 한 두번이 아니다. 명색이 선생님인데 당장이라도 아래로 내려와 교복을 입고 수업을 받아도 전혀 이상하게 없을 정도로 어리고 귀여운 페이스는 조금 반칙이 아닌가 싶다. 보는 나야 좋지만..
<자~ 요새 날씨가 많이 더워 졌죠, 오늘 하루 종일 공부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수고 했어요..>
얼굴 만큼이나 앳띈 느낌이 드는 목소리로 시작되는 종례시간은 역시 언제나 그랬듯 변함 없는 레파토리 이어져갔다. 더울 땐 날씨가 덥죠, 추울 땐 날씨가 춥죠, 좋을 땐 날씨가 좋죠. 누가 보면 기상청에서 파견 나와 실시간으로 일기예보 하는 줄 알겠다.
<자..그럼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고 이상 마치겠어요>
<차렷!! 선생님께 경...>
<아..잠깐..잠깐만요..>
갑자기 뭔가 생각 난 듯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반장의 말을 막자 여기저기서 어우~하는 서운함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연한 반응이다. 종례시간을 질질 끄는 건 수업종치고 5분만 더 하는 거랑 거의 비슷하게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니까..
<미안...빠뜨린게 있어서....>
미안한건 아나보다. 선생님은 바로 잘못했다는 듯 두 손을 겹치며 귀엽게 눈웃음을 치며 미소를 지어왔다. 다 자라고도 남았을 성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그 귀여운 웃음에 어느새 서운함의 소리가 잦아 들어간다. 역시 이쁘면 모든 게 용서가 되나보다. 하긴 저 웃음을 보고 화를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싶다..
<음...한강혁..>
익숙한 이름이다. 왜?? 내 이름이니까..
<강혁이... 없니??>>
<아뇨..저 여기 있는데요...>
갑작스런 선생님의 호명에 멍하니 있던 나는 그제서야 손을 들고 대답을 해갔다.
<어...강혁이는 끝나고 이따 상담실로 좀 와줘요~ 그럼 이상.. 아! 인사는 생략할께요~>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듯 말하며 밝은 미소와 함께 선생님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그제서야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을 지르며 너도 나도 교실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갔다. 뭐가 그리 급한지 가다가 넘어지는 놈들도 더러 보인다. 저렇게 있기 싫은걸 어떻게 참았을까..나중에 보충에 야자라도 한다고 하면 학교 때려 칠지도 모를 놈들이다.
<어이~마누라~>
등 뒤에서 들려오는 중저음의 꽤나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한 사내놈이 나를 향해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서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곱상한 얼굴을 가져 누가 봐도 잘생겼다는 느낌을 풍기는 녀석은 누가 봐도 호감을 가질 만한 하지만 나로서는 징그럽기 그지 없는 느끼한 웃음을 흘리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저 자식 또 저렇게 부른다..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건가?? 방금 나를 마누라라고 부른 이 사내자식의 이름은 유지환. 내 초등 학교 때 친구이자 중학교 때 친구 그리고 고등학생인 지금까지 나의 친구라는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몇 안 되는 놈 중에 하나이다. 한마디로 질긴 인연이라는 거다. 아니 나는 간간히 악연이라고도 말한다.
<야...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크크~왜?? 좋기만 한데...흐흐>
언제부터였을까 이 자식은 가끔씩 이렇게 뜬금없이 나를 마누라라고 부를 때가 있다. 이유가 뭔진 모른다. 그냥 10년의 다되가는 길다면 긴 세월을 질기게 이어온 것에 대한 애정의 표현인지 그냥 나의 생활 패턴에 대한 재미난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듣는 나로서는 상당히 고역이다. 내가 불러도 시원찮을 저 살가운 단어를 저런 기름진 목소리로 듣고 싶지는 않다고..
<좋기도 하겠다. 난 지극히 정상적인 취향이라고.. 너의 그 느글거리는 목소리로 내가 미래에 뱉어야할 말을 들을 만큼 이상성애자는 아니란 말이다..>
<그럼..여보~ 라고 불러줄까??>
그건 더 싫다. 너의 느글거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아름다운 단어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하지 말아달란 말이다.
<불러...그럼 널 니 미래의 진짜 여보도 못 보게 만들테니까...>
좀만 더 하면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이 손에 쥔 볼펜으로..
<크크...알았다...그만 할게...그러다 진짜로 그렇게 되면 큰일 나니까...흐흐>
나의 살기어린 협박에도 뭐가 그리 재밌는 건지 한참을 킥킥대던 녀석을 나는 그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이건 얼굴도 멀쩡하게 생긴 게 가끔씩 똘끼가 넘친단 말야...이상한 놈이야..
확실히 녀석의 얼굴은 꽤나 핸섬한 편이었다. 날렵한 턱 선에 뚜렷하게 보이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는 절로 미남이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화가 잘 돼있었다. 거기에 꽤나 길어 보이는 기럭지는 그런 외모를 받쳐주며 녀석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빠질거 없이 잘생긴 놈이라는 거다.. 젠장..내주위에는 부러워할 이기적인 유전자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놈의 불공평한 세상..
<그나저나 마리아는 너 왜 부르는 거야??>
<마리아??그게 뭐냐??>
<너 마리아도 모르냐??>
<나...성당 안다니는데....>
내가 뭐 잘못 말했나?? 그때까지 약 먹은 미친놈 마냥 실실대던 지환이 녀석이 뭔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당이 아니라 교횐가?? 아닌데 교횐 예수잖아.. 뿌리는 거의 같았지만 엄연히 분야가 다르고 두 분다 맡고 있는 자식들이 다르다.
<하아...이 불쌍한 중생아...너 학교는 나오는거 맞냐?? 어떻게 담탱이 별명도 모르냐..>
그게 별명이었냐??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누구냐.. 그런 유치한 별명을 붙인 놈이..그 최악의 작명 센스에 경의를 표한다고 나 대신 좀 전해줘라.
<그러게 매일 집안일에만 관심 갖지 말고 학교생활에도 관심을 좀 가져라..여자도 좀 만나고 놀 땐 놀면서 이 꽃다운 고교 생활을 좀 즐기란 말이다..>
<너나 많이 해라..여자 만나구 놀러 다니는 거..나는 지금 쌓여진 일만으로도 몸이 모자를 지경이니까..>
귀찮은 듯 말했지만 솔직히 녀석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이제 고2. 겨우 18살 공부하면서 한창 뛰어 놀고 이리저리 장난치며 여자 친구도 만들고 연애도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이미 주위에 그러고 있는 녀석들 많이 보이기도 하고.. 눈앞에 이 녀석만 봐도 여기저기 여자 만나면서 잘 다니고 있고.. 문제라면 하도 잘 만나고 다녀서 한 달이 멀다하고 여자가 바뀌어서 문제라면 문제지만..
약간은 부럽긴 하다. 근데 말이지...시간이 나야 말이지,, 그 큰 집안 살림 꾸러 나가는 데에만도 꽤 벅차단 말이다. 나는... 가계부도 써야지 집안일도 해야지 동네 대소사에 참관해야지 거기에 간단하게 동아리 활동까지 하고 있는 나로서는 여로 모로 바쁘고 정신없이 보내고 있기에 그런 쪽으로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그쪽으로 관심도 그다지 없구.. 얼굴이 안되서 못한다는 얘긴 안하겠다. 그럴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물론 나 혼자의 믿음일 뿐이지만..
<하아..그래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됐다..됐어..차라리 초딩한테 연애학 강의를 가르치는게 빠르겠다..>
기분 나쁜 한숨이다..마치 포기라는 두 글자가 저 한숨 깊숙이 빠져나오는 듯 한 느낌이네..
<근데..진짜 마리아가 너 왜보자는 거야??너 무슨 사고쳤냐??>
<사고?? 그런 거 없는데...>
<하긴.. 니가 그럴만한 성격이나 되냐..너한테 큰 사고라 봤자 밥하다 태웠다든가 국하다 쫄았다든가 그런 거 밖에 없는 녀석이니까...>
몇 개 더 있다. 빨래가 밀렸다거나 생활비가 떨어졌다거나... 모두 나에겐 생활이 걸려 미연에 방지해야 할 중요한 사고였다. 역시 오래된 친구라 그런가...날 좀 안다...확실히 나의 하루하루는 이런 것들 빼고는 별 탈 없는 평범하고 안정된 생활이니까..뭐 불만은 없다.. 그건 즉 별다른 이변 없이 나의 인생이 잘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뭐...상담 때문이겠지..>
<상담??>
<어...나 저번에 상담 못 받았거든..일 있어서...>
엄밀히 말하자면 그날 동네 중요한 반상회 모임이 있어서였지만 말해봤자 득 될게 없으니까 패스하겠다.
<그래??뭐야.. 그럼 그냥 상담이네..>
<그럼 그냥 상담이지...뭘 기대한 거야??>
<그냥 뭐.. 기대까지는 아니고..우리 가사에 충실하신 우리 강혁양이 왠일로 동광 최고 미녀교사의 부름을 받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었는데....역시...1미리에 오차도 없는 학생이 선생을 부르는 가장 평범한 이유 중 하나인 상담이라니...재미없다..뭐 사고를 쳤다거나 선생한테 반항을 했다거나 좀 더 화끈한 걸 원했는데..>
너의 그 말 같지도 않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나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흥미를 잃은 듯 낙심한 표정을 짓는 녀석의 반응에 더 이상 대꾸할 의욕을 잃은 나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비어버린 교실 안에는 몇몇의 아이들만 남아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 역시 거의 끝나 가는지 교실 청소의 마무리 투수인 대걸레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옆에서 나의 평범함 같지 않은 평범함에 개혁을 줘야한다며 잔소리를 늘어놓던 지환이 자식 역시 저번에 만난 대학생 누나의 전화 한 통화에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교실을 떠났다. 여자 때문에 홀로 남겨진 친구를 버리다니...치사한 자식..뭐...나라도 그렇게 했겠지만..
(상담실)
일단 오기는 왔는데 어찌해야 하나...노크를 해야 하나 아님 불러야 하나..이런저런 생각에 문화인답게 노크를 결정한 나는 손을 들고 천천히 방문을 두들겼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고 분명히 그랬다.
<쿵!!>
하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손이 아닌 내 머리가 문짝에 치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뭐지??>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이 가득한 순진한 목소리.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맑고 깨끗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저 이마에 몰려오는 통증에 머리를 감싸 않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혹시 부딪혔어요??>
보면 모릅니까....부딪 혔어요.. 그랬다. 상담실 문 앞에 서있던 중에 갑자기 열려버린 문짝에 내 머리가 부딪혀 버린 것 이었다. 아까 순간 흔히들 말하는 별이 보였다..열라 아프다는 거다..
<괜찮아요?? 아무도 없는 줄 알고..미안해요....>
상담실 문을 열고 나온 한명의 여자가 머리를 쥐어 싸고 쭈그려 있는 나를 보며 놀란 듯 나에게 다가왔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미안함이 가득 묻어 있는 목소리였지만 갑작스런 충격에 정신이 없는 나에게는 귓등으로도 들리지가 않았다.
<누구 왔니?? 강혁이 왔구나.. 근데 왜 그러고 있어??>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나도 궁금합니다... 매 맞은 강아지 마냥 잔뜩 웅크리고 있는 나를 향해 언제 나오셨는지 문밖으로 빼꼼이 고개를 내민 선생님이 강아지 같은 귀여운 눈으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는 듯 의아한 시선을 던져왔다
<저...아..그게.. 제가 문을 열다가...그만>
<설마 부딪힌 거니?? 아...그럼 방금 전에 그 소리가....>
그렇죠.. 방금 그 소리가 내 머리에 있는 뇌세포가 실시간으로 죽어나가는 소리랍니다. 이제야 내 모습이 이해가 간다는 듯 납득의 표정을 지은 선생님과 그 옆에서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한 여학생. 그리고 그 두 사람 앞에서 머리를 문지르고 있는 나...참 정겨운 장면이다..하하...지환이 녀석이 봤으면 사진으로 찍어 두고두고 웃어 재낄만한 장면이다.
<죄송해요...전 아무도 없는 줄 알고...괜찮아요??>
<네..괘...괜찮아요...>
솔직히 안 괜찮다.. 맨땅에 헤딩한 기분이랄까??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맞은거라 통증이 더하다. 근데..그렇다고 아프다고 그러는 것도 없어 보이잖아...남자가 되가지고..
<진짜 괜찮아??소리 들어보니까.. 좀 세게 부딪힌 것 같은데..>
좀이 아니라 엄청 입니다. 정정해 주세요..
<괜찮아요..이정도 가지고 뭘...하하>
<그래도...어머..어떻게..너 이마에 혹났어>
<괜찮아요. 혹은......뭐!!혹??>
나는 황급히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문지르는 손길에 느껴지는 불룩 튀어 나온 살덩어리..
명백한 혹이다.
<아..진짜네..제대로 났어..아...>
가뜩이나 볼 거 없는 평범한 얼굴이다. 이런 작은 흠집마저 나에겐 큰 타격 이었다. 나는 옆에 두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톡 올라와 버린 혹을 만지작 거리며 울상을 지었다.
<훗..후후...>
내 모습이 어딘가 우스웠을까?? 옆에 있던 선생님이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흘려왔다. 뭐가 웃기냐?? 지금 나는 내 얼굴의 오점이 될지 모른 혹 때문에 이렇게 좌절하고 걱정하고 있는데...선생이란 사람이 그런걸 보고 웃다니...어이가 없다.
<선생님...>
<아...미안..크큭..>
내 시선을 의식 했는지 아님 옆에서 눈을 흘기며 그러지 말라는 여학생의 제제를 느꼈는지 그제서야 선생님이 웃음을 참으며 사과를 해왔다. 하지만 한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는 없었는지 입을 가리면서도 참지 못하고 연신 킥킥 대고 있다. 자제력이 개미 똥만큼도 없구나..이 여자..
<그게...니 표정이 너무 재밌어서... 미안...>
말 안 해도 표정 보니까 너무 재밌어 하는 표정이다. 아직도 낄낄대며 웃고 있는걸 보니.. 이거 쪽팔려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아...미안 미안..정말 미안....안 웃을게...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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