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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힘들다. 매일 오는게 아침이고 지금까지 내가 18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겪어 왔던게 아침이지만 언제나 아침은 힘들다. 단잠을 깨는 것도 찌뿌등한 몸을 일으키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딴따라 단따 딴따라 단따~ 일어나요 아침이예요~ 일어나요 아침이예요~안일어나면 뽀뽀해줄꺼야~>
내 귓가를 때리는 앵앵거리는 듯한 고 옥타브의 지랄맞게 경쾌한 알람소리를 듣는 게 제일 힘들다. 매일 아침 들을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정 떨어지는 소리다. 거기에 생긴 모양은 어떤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을 한 시계의 모습이란.. 명색이 사내 방인데 이런 자명종이라니.. 언젠지 모를 옛날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이유도 있고 달리 다른 게 없어서 쓰고 있긴 하지만 언제 내 손으로 이 신부를 저세상으로 보낼지 모를 일이다. 그전에 저 신부가 떨어져서 사고사 하거나 몸에 이상이 생겨 병으로 세상을 하직하길 마음 깊이 바라고 있는 중이다.
<알았어 일어난다구..일어나..>
<하하하..자기 멋쟁이. 쪽~~>
진짜 부셔 버릴수도 없구...체념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자 6시를 가르키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6시 하고 1분 30 초가 지나가고 있다. 언제나처럼 일어나야할 시간이었다.
아침이다...지긋지긋한 아침.. 일어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안 일어나면 안 되는 그런 아침..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따스한 5월의 아침 햇살이 서서히 조명등처럼 방안을 밝혀오고 있었다. 조용하고 적막한 방안에 비취는 아침햇살. 왠지 운치 있어 보이는 장면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것들을 즐길 여유도 없고 맘도 없다. 그런 거 할 만큼 낭만적인 체질도 아니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뒤늦게 뭔가 평소의 침대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위화감을 느끼고 얼굴을 찡그려 갔다. 뭔가 좁고 불편한 느낌.. 확실히 침대가 1인용이기 하지만 내가 그렇게 근육질의 거구도 살만 찐 돼지도 아니어서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었기에 지금 느껴지는 이 위화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그 위화감은 3초도 안가 정체를 드러냈다.
<으음...하음....>
하는 소리를 내주는 친절까지 베풀면서 말이다.
<이 여자....또 여기 와서 잤네...>
여자.. 내 눈앞에는 한 명의 여자가 누워있었다. 겉옷은 어따 버렸는지 검은 색 레이스 달린 브라와 그의 세트로 보이는 검은색 레이스 팬티만을 걸친 반라라고 할 수 있는 여자가 누가 업어가서 일 치뤄도 모를 만큼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곤히 자고 있었다.
일단 여기서 잠깐. 오해할까봐 말해두지만 여긴 집이다. 내가 18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쭉 평생을 살아갈지도 모르는 내 집이다. 혹시 모텔..일명 MT라고 오해할 분들은 없길 바란다. 나는 18살 미성년자 일 뿐이고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껏 연애 한번 그리고 키스 한번 못해 본 청정무구 한 순박한 청소년일 뿐이다. 고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여자는 어제 나와 같이 광란의 하룻밤을 같이 보낸 이름 모를 누구도 애인도 아니라는 말이다. 이 여자의 정체가 누군지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설명할 일이고.. 그보다..
이건 무슨 냄새냐.. 이불을 들추자마자 마치 공격이라도 하듯 알싸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왔다. 이것은...맡는 것만으로도 취기가 올라오고 혀가 꽈배기처럼 꼬부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냄새..술이네.. 이 여자 어제도 진탕 마셨구나.. 하긴 안 그랬으면 여기 올라와서 이렇게 뻗어 있을 일도 없었을 거다. 이 여자가 술만 취하면 하는 일종의 주사이자 버릇 같은 거니까.. 근데 꼭 이 여자는 술만 먹으면 내 방으로 올라온다. 강아지의 귀소 본능처럼 말이다. 이성이 육체를 제어하기 힘들어 졌을 때 나오는 최종 목적지 같은 건가... 도통 이해 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나는 다시 내 침대 바로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그녀를 바라보았다. 엎어져서 보이는 등은 물 한 방울 떨어지면 저 끝까지 내려갈 만큼 미끈하기 그지없고 잘록한 허리와 옛날 가지고 놀던 탱탱볼이 생각날 만큼 탱탱한 엉덩이로 이어지는 뇌쇄적인 라인은 보는 것 만으로도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그 밑으로 빠지는 군살 하나 없는 긴 다리란.. 여자 다리에 페티쉬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평생 찍어서 소장하고 싶을 만큼 늘씬함을 보이고 있었다.
약간 가슴이 떨려온다..아니 솔직히 많이 떨려온다. 나도 어엿한 건장한 사내인데 이런 거 보면 가슴이 떨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맘대로 떨지도 못하는 거지.. 어떻게 보면 고문이다..이거.. 이런 멋진 육체를 가진 여자를 같은 침대에 눕혀놓고 아무것도 못하고 일어서는건.. 정말 가끔씩은 아주 가끔씩은 한번 이상한 짓도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양심의 가책보단 그 후에 있을 후환이 너무 두려워 그저 생각으로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냥 가끔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이게 어디야.. 남들은 이런거 사진으로만 보는데 나는 실사로 보잖아... 그거면 되지 뭐..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그녀에게 다시 이불을 덮어주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깨우거나 하진 않았다. 지금 이 상태에서 그녀가 일어날 리도 없거니와 일어난다 해도 그 뒤에 내가 감당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냥 제일 안전한 그대로 냅두기를 시행하며 방을 나왔다.
방문을 열고 나간 새벽녘의 집안은 고요했다. 너무 고요해서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적막하고 삭막하게까지 느껴졌다. 가끔씩 있는 일이지만 아침에 혼자 일어나 텅 빈 집안을 볼 때면 왠지 모를 외로움과 쓸쓸함에 몸도 마음도 축 쳐 질 때 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길지 않았다. 그런 쓸데없는 기분을 느끼기에는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기분을 정리한 나는 언제나처럼 제일 먼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내려갔다.
여기서 또 잠깐.. 혹시나 오해 할까봐 또 얘기하는 건데 아까도 말했듯이 난 남자다. 신체가 그리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엿한 남자이고 그를 증명할 건장한 물건(?)도 달려있는 생리학적으로 볼 때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남자다. 그것도 이제 나이 18밖에 안된 파릇파릇한 청.소.년. 이다.
여느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지금쯤 저 꿈 나라에서 즐겁게 놀고 있을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니 조금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다. 당사자인 내가 생각해도 가끔 아니 상당히 자주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니까.. 뭐 그래도 별수 있나 이게 내 일인데..
근데 오늘은 뭘 만드냐.. 나의 하루는 언제나 아침이 제일 힘들다. 뭘 만들어야 할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그냥 있는 반찬에 아무거나 먹어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아니 꿈도 못 꿀 이야기다. 나도 솔직히 그러고 싶다. 저 기나긴 꿈속에서 1분이라도 더 머물러야할 시간에 깨어난 것도 모자라 아침 걱정까지 해야 한다니.. 누가 들어도 이해가 안갈 이야기다.
나 역시도 아침에 한번은 단한번이라도 늦잠이라는 걸 세상에서 낮잠 다음으로 기분 좋다는 늦잠이라는 걸 자보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하면 안 되는 일이 있는데 나에겐 그 늦잠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편하게 살려면 말이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 속에 메뉴를 정한 나는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사각사각 칼질하는 소리와 보글보글 국 끓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린다. 어느새 맛있는 냄새가 쓸쓸한 부엌 가득 퍼져 따뜻한 기분이 든다. 요리의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까??. 냄새만으로 향기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달래 주는 것. 그것이 맛을 보는 사람이든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든 말이다. 솔직히 하는게 귀찮아서 그렇지 막상 시작하면 이것 만큼 즐겁고 재밌는 게 없다. 어느덧 제 모양을 갖추어가는 찌개와 그 고소한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콧노래를 흥얼 거렸다.
<감기 걸렸냐?? 왜 킁킁 거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이다. 이런 아름다운 기분을 이해 못하는 그런 삭막한 인간들이 어딜가나 한명은 있지,,,그것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언제 왔는지 나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아까 그 여자가 서있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제대로 직격한 듯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를 미친년 산발 한 것 마냥 내버려둔 그녀는 아침부터 뭐가 그리 안 좋은 건지 당장이라도 속안의 모든 것을 공개 할 것처럼 얼굴을 찡그린 채 힘들어 죽겠다 듯 자리에 앉아 축 늘어져 버렸다. 근데... 옷차림이..좀.. 아니 옷차림이 문제가 아니었다. 옷이라곤 거의 입고 있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거의란 속옷을 말한다. 언더웨어~ 말하자면 아까 침대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란 거다.
<뭐야,,,꼴이 왜 그래..??>
<내 꼴이 뭐??>
정말 몰라서 묻는 거면 당장이라도 화장실 거울이라도 떼서 보여주고 싶은 꼴이다.
<머리는 그렇다 쳐도 옷 좀 걸쳐라.. 속옷만 입고 다니기 창피하지도 않냐??>
<뭐 어때 내 집인데...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날 지금 없는 사람 취급 하는 거냐??
<내 집도 되거든요?? 그리고 나는 사람 아니야??>
<너야 뭐 상관 없잖아... 나 이러는 거 한 두 번 본 것도 아니고..>
그지.. 많이 봤지...근데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새까만 브라에 쌓인 가슴의 볼륨도 그렇고 까만 속옷 떄문에 더 도드라져 보이는 저 고운 살결도 그렇고 옛날부터 자주 보던 건데 전혀 익숙해 지지가 않는다.. 오히려 옛날보다 더 낯설고 묘해진 기분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 여자는 이런 나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출증의 걸린 환자처럼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갈만한 몸매를 과시하며 나의 얘기를 무참히 묵살해 갔다. 더 따져 볼까 했지만 이거 역시 다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소용없는 짓 즉 입만 아픈 헛소리가 될게 뻔했기에 나는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어갔다. 그래..좋게 생각하자. 좋은 구경 공짜로 한다고..이런거 돈 주고도 못보는데 난 행복한거지... 근데 왜 눈물이 날까?? 흑흑..
<됐고.. 나 물이나 줘.. 속이 메스꺼운 게 아주 죽을 것 같다.>
내 보기에도 그래 보인다..입안이 바짝 마른 듯 땅 갈라지는 듯 한 건조한 목소리로 내뱉는 그녀에게 나는 원대로 물을 한잔 따라 건네 줬다. 그러자 역시 아까 아침에 내 코를 공격해 왔던 그 알싸한 술 냄새가 재차 공격을 해왔다.
<어제..술 마셨어??>
<응..어제 회식이었잖아.. 그래서 한잔했지..>
당신의 한잔 개념은 얼만지 묻고 싶네요.. 어떤 잔이 길래 사람이 그렇게 망가지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상태 보니까 한잔 마신게 아닌데?? 또 내 방 와서 잔거 보니까.. 얼마나 마신거야?? 많이 마셨어??>
<몰라..세고 먹은게 아니라서.. 한...10병 먹었나??>
10병?? 그건 물만 먹어도 힘든 병수 아닌가?? 그걸 다 마셨다고 말하는 데서 놀라야 하는 건지..아님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 여자한테 놀라야 하는 건지..헷갈린다.
<10병??미쳤어??>
<그냥 먹다 보니까...그렇게 됐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이 더 신기하고 무섭게 다가온다. 이 여잔 술 먹는 하만가?? 먹는다고 들어가게?? 난 먹으래도 그렇게 못 먹겠다.
<아니...먹어도 정도 것 먹어야지...>
<그래도 주는데 어떻게 안 먹냐..>
<그렇다고 그걸 혼자 다 마시냐!!>
<그럼 술을 남기냐!! 그 아까운 걸??>
자기 목숨은 안 아까운가 보다. 그러다 큰일 나는데.. 몸 생각 해야지..
<아침부터 잔소리는.. 몰라...머리 아파..나 물이나 한 잔 더 줘...>
내 머리만큼 아플까 싶다... 골 아프다..진짜...그녀의 요구에 다시 잔을 따라주길 몇 번 그녀는 마치 묘기라도 보여주 듯 무서운 속도로 연달아 3잔의 물을 원 샷으로 들이켜 갔다. 이젠 물먹는 하마냐.. 아주 들이 붓는다.
<하아...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이제 숨통이 좀 트이는 듯 가쁜 호흡을 들이 마시며 그녀가 숨을 골랐다. 확실하게 어제의 일과를 증명하듯 보기 좋은 두께의 도톰한 입술 사이로 오만가지 알콜이 발효된 냄새가 뿜어져 나와 내 주변을 감싸며 코로 들어온다. 가관이다..술로 목욕을 하셨나.. 숨 쉴 때마다 냄새가 확 풍기는 게 나까지 취하겠다..아.. 어지러워...
<그래서..집에는 어떻게 들어 왔어?? 잔뜩 취했을꺼 아냐..>
머리가 핑도는 것 같은 술 냄새에 코를 막으며 물었다. 싱크로 나이즈의 선수들처럼 코를 막아 맹맹거리는 소리가 이상하게 했지만 듣고 있는 그녀는 그저 간밤의 대단한 일과의 영향 때문인지 신경 쓰지 못하고 숙취에 고운 미간만 찡그리며 대답해 왔다.
<몰라...누가 업어 왔나??>
집에 그냥 걸어왔다는 말보다 더 태연한 얼굴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내뱉고 있다.
<뭐?? 이 아줌마가 큰일 날 소리 하고 있어!!>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래.. 사회 생활 하다가 술도 마실수 있는거지.. 그리고 집에만 잘 들어왔으면 된 거잖아.>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과정보다 결과만 보고 결론을 내리다니...암튼.. 이 여자가 미쳤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아침부터 술 냄새 팍팍 풍기면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요...그냥 업혀 왔나 봐요..하면 그냥 땡이야?? 그러다 무슨 일 생겼으면!! 밤새 집에서 걱정한 사람 생각은 안해??>
뭔가 대화의 분위기가 금요일 밤 11시의 신구 선생님의 사랑과 전쟁 버젼으로 이상하게 흘러가자 그녀는 내 말을 봉쇄하듯 귀를 막으며 머리를 흔들어갔다. 무슨 헤드 뱅뱅 하냐?? 힘 빠진다...나 역시도 이런 류의 대화는 사절이다. 내가 지 마누라도 아니고.. 혼자만 열 내서 하기 싫은 잔소리하고 걱정하고, 그런데도 당사자는 고마운 줄도 모르고 듣는 척도 안하고 무시만 하고..다 소용 없는 짓이다. 정말 속 썩이는 남편 가진 부인의 마음이 이런 걸까.. 아....내 나이 아직 파릇한 18살인데.. 이런 기분이나 느끼고 있다니..슬프다..슬퍼..
<야.. 물이나 더 줘.. 아직 잠이 덜 깻는지 정신이 없다.>
그렇게 머리를 흔들어 댔는데 정신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잠이 덜 깬 게 아니라 술이 덜 깬 거겠지..>
<넌 어떻게 된 게 날이 갈수록 잔소리만 늘어가냐.. 질리지도 않냐??>
당신이 질릴 새가 없도록 잔소리거리를 만들어 주시잖아요...
<그러니 주위해서 아줌마라는 말을 듣지....>
순간 내 귓가를 때리는 한 가지 단어에 나의 몸이 돌처럼 굳어져 갔다.
<지금... 뭐라고 했어??>
<뭐라고 하긴....아줌마 같다고 했다. 사내 자식이 잔소리는.. 바가지 긁는 여편네도 아니고..>
여편..네?? 마누라도 아니고 여편네...?? 저런 여성비하적인 발언을...여성협회에서의 고소가 무섭지도 않나??
<회사일 하는 사람이 밖에서 일하다 보면 술도 마실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늦을 수도 있는거지 그걸 가지고 아침부터 다다다 거리기나 하고..이래서 밖에 나가서 일하는 사람이 맘 편히 일하겠어?? 내조를 잘해야지 내조를...>
단어 선택을 확실히 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내조는...내가 지 마누라도 아니고 당신에게 들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줄 아는데..
근데 슬슬 나도 열 받는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나는 그저 걱정하고 신경써준 잘못밖엔 없다. 근데 그걸가지고 투덜거리다니...참을 수 없었다. 연신 궁시렁 거리는 그녀를 뒤로 하고 나는 천천히 가스레인지로 걸음을 옮겨 찌개를 들어 천천히 싱크대로 걸음을 옮겼다. 아줌마에 여편네...그래..보자..
<옛 말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아...이건 아닌가..아무튼....야...너 지금 뭐하냐??>
<뭐하긴?? 보면 몰라??찌개 버릴려고..>
찌개가 담긴 냄비를 들고 태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내말에 놀란 건지 인질이 된 찌개의 위험 때문에 놀란 건지 당당하던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그..그러니까 그..그걸 왜 버려..??>
<그냥...내가 만들었으니까 버리는 것도 내 맘이지...>
<그거 버리면 나 뭐 먹으라고??>
<그거야 그쪽 사정이고...정 배고프면 직접 해드시던가...>
할 줄 알면 말이지...젓가락질 할 줄 알면 배운다는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는 당신이 말이야.. 방긋 웃으며 냄비를 기울이자 찌개의 국물이 조금 흘러나온다. 그걸 보는 그녀의 얼굴이 점점 색을 머금듯 사색이 되어갔다. 저 몰골에 저 차림에 저런 표정까지 하니까 아주 볼만하다. 사진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유머 싸이트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모습이다.
<야...너 다..당장 그만 못 둬?? 너 혹시 내가 뭐라고 해서 그런거냐?? 아줌마 같다고 해서??>
알면서 또 한다...아직 배가 덜 고팠구만....
<사내자식이 뭐라고 좀 했다고 치사하게 그러기냐!! 그것도 먹을거 가지고...>
<그래.. 사내 자식은 안 그러지..근데 어쩌냐..나는 아.줌.마. 라서...>
<이....씨....야..너 그거 버리기만 해..가만 안둬..>
이젠 인상까지 쓰며 협박까지 한다. 그래도 여전히 찌개의 안전이 걱정이 되는지 동요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게 왜 요리하는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나.. 밥 못먹게..
<야...그래....그 말은 내가 취소할께.. 아줌마 같다는 말 취소할게....됐지??>
<또 했네...그 말 아.줌.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 아줌마.. 이 자라나는 청소년이 이러고 사는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 그런 망발까지..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구 사는데!! 용서 할 수 없다.. 나는 조금씩 냄비 안의 국을 개수구로 따라 버렸다. 그러자 더욱 굳어져 가는 그녀의 얼굴에 무지개가 핀 것 마냥 색이 변해 왔다. 얼굴이 프리즘도 아니건만.. 참 희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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